'전두환 발언' 논란 3주 만 광주 묘역서 "제 발언에 상처받은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
"광주의 피가 대한민국 민주주의 꽃피워…쓰린 역사 딛고 역동적 호남 만들 것"
尹 "사과로 끝 아닌 마음 계속 가져갈 것…5·18 본질은 자유민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자신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정치는 잘했다는 분들이 많다'는 논란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5·18 민주묘지 추모탑에 헌화·분향하려 했으나 항의 인파에 가로막혀 추모탑 입구에서 묵념으로 참배를 대신했다.공동취재·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자신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정치는 잘했다는 분들이 많다'는 논란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5·18 민주묘지 추모탑에 헌화·분향하려 했으나 항의 인파에 가로막혀 추모탑 입구에서 묵념으로 참배를 대신했다.공동취재·연합뉴스
1박2일 간 '호남 민심 달래기' 행보에 돌입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저의 발언으로 상처 받은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당내 경선에서 불거진 '군사쿠데타와 5·18 잘못만 빼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정치는 잘했다는 분들이 많다'는 발언 논란을 빚은 지 약 3주 만에 광주 현지에서 수습에 나선 것이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 추모탑 입구에서 준비한 사과문 발표를 통해 광주시민들에게 이같은 입장을 전하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슬프고 쓰라린 역사를 넘어 꿈과 희망이 넘치는 역동적인 광주와 호남을 만들겠다. 지켜봐 주시라"고 말했다. 참배에 항의하는 인파에 가로막혀 추모탑 앞까지 나아가지 못한 그는 사과문 발표에 앞서 민주묘지 방명록에 "민주와 인권의 오월 정신 반듯이 세우겠다"고 썼다.

윤 후보는 "저는 40여년전 오월의 광주시민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피와 눈물로 희생하신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광주의 아픈 역사가 대한민국에 자랑스러운 역사가 됐고, 광주의 피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꽃 피웠다. 그러기에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는 오월 광주의 아들이고 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분께서 염원하시는 국민통합을 반드시 이루어 내고, 여러분께서 쟁취하신 민주주의를 계승 발전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5·18 민주묘지 추모탑에 헌화·분향하려 했으나 일부 시민과 단체의 항의 시위에 가로막혀 추모탑까지 전진하지 못하고, 입구에서 묵념으로 참배를 대신했다.

윤 후보는 사과문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나 '광주 방문 소감을 전체적으로 말해달라'는 요청에 "제 발언으로 우리 상처 받으신 모든 분들께 사과를 드렸고, 또 이 마음은 제가 오늘 사과드리는 순간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우리 상처 받으신 국민들, 특히 광주시민 여러분께 이 마음을 계속 가지고 가겠다"고 말했다.

'항의하는 분들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는 물음엔 "제가 우리 5월 영령들에 분향도 하고 참배도 했음 더 좋았을 텐데"라며 "그래도 많은 분들이 협조해주셔서 제가 분향은 못 했지만 사과드리고 참배할 수 있던 것이 참 다행"이라고 답했다.

여권에서 '광주 방문이 정치 자작극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는 데 대해선 "저는 쇼 안 한다"고 일축했다. '오늘 온 것으로 사과가 다 끝났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조금 전에도 말씀을 드렸지만 이걸로 끝나는게 아니라 '이 마음을 계속 가져가겠다'고 말씀을 드렸다"고 확인했다.

그는 앞서 여러 차례 '여태까지 했던 발언 중 후회되는 건 없다'고 말한 입장은 여전하냐는 지적엔 "후회 문제가 아니다"며 "발언이 잘못 됐으면 또 그 발언으로 다른 분에게 상처를 줬으면 거기에 대해서 질책을 받고 책임을 져야 되는 것이지, 후회라는 게 의미 없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윤 후보는 '광주 방문 전 무릎 참배 예측이 나왔는데, 할 생각이 있었느냐'는 질문엔 "이 마음을 계속 유지해서 가지고 가겠다"고 짧게 답했다. 그는 이용섭 광주시장이 '5·18 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실어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 "제 원래의 생각이 5.18에 정신이란 게 자유민주주의 정신이고 또 우리 헌법가치를 지킨 정신이기 때문에 당연히 저는 헌법 전문에, 헌법이 개정될 때 반드시 올라가야 된다고 제가 늘 전부터 주장을 해 왔다"고 강조했다.

'역사 왜곡 발언인사 징계·처벌' 요구에 대해선 "거기에 관련해선 여러 가지 '표현의 자유' 문제도 나오곤 있지만, 기본적으로 5·18 정신이 자유민주주의 정신이기 때문에 5·18의 자유민주주의 정신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발언)은 그거는 비난받아야 마땅하고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거듭 "5·18의 정신이 자유민주주의 정신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역사에 대한 어떤 평가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그 본질을 허위사실과 날조로써 왜곡하는 것은, 그건 우리 사회에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허용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한편 윤 후보는 이날 5·18 민주묘지 방문에 앞서 전남 화순 소재 고(故) 홍남순 변호사 생가를 찾아 유족 및 종친회와 차담회를 갖고 '5·18 살인 진압 항의' 인권변호사였던 고인을 추념했다. 뒤이어 광주 서구 소재 상무대 군사법정과 영창을 재현한 5·18 자유공원을 찾아 둘러봤다. 그는 11일에도 오전 중 전남 목포 소재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을 방문하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시를 찾는 등 외연확장 행보를 이어간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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