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판다" 돈 받은후 먹튀사기
"기름값보다 비싸… 생계 막막"
밭작물사용 요소비료까지 불똥

4일 서울 도봉구 서울소방재난본부 차량정비센터에서 소방 관계자가 서울 관내 소방서의 소방차와 구급 차량에 쓰이는 요소수 통합관리를 위해 모아둔 물량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서울 도봉구 서울소방재난본부 차량정비센터에서 소방 관계자가 서울 관내 소방서의 소방차와 구급 차량에 쓰이는 요소수 통합관리를 위해 모아둔 물량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현상이 농촌과 소방 등 공공영역으로까지 불똥이 튀는 모습이다. 화물차 운행을 위해서는 요소수가 꼭 필요하지만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기름값보다 비싸졌다. 콤바인·트랙터 등 농기계에도 요소수가 들어간다. 소방 당국은 당장은 소방차와 구급차 운영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해 서둘러 재고 관리에 들어갔다.

4일 전북 익산시에 따르면 익산의 요소수 제조업체 (유)아톤산업 정문 앞에는 요소수를 사려는 인파가 몰렸다. 화물차 운전사와 농기계 작업을 하는 농민들이 요소수를 사기 위해 제조업체까지 찾아온 것이다. 사측은 한 사람당 2통씩 판매하기로 했다.

화물차 운전기사인 이모씨는 "익산에서 울산까지 왕복하려면 요소수 10ℓ들이 한 통이 필요하다"면서 "오늘 겨우 2통(통당 1만2000원)을 샀는데, 이틀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아톤산업 관계자는 "통상 중간 도매상에게 10ℓ들이 한 통에 1만원가량에 유통하는데, 인터넷에서 10만원은 예사이고 20만원까지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면서 "이런 품귀 현상을 악용해 '요소수를 싸게 판다'며 돈을 먼저 받은 뒤 판매 사이트를 없애고 잠적하는 사기행각도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주유소에도 요소수 구매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한 주유소 직원은 "하루 30∼40건씩 요소수를 구할 수 있냐며 문의 전화가 걸려 온다"며 "어제 2000ℓ 분량의 요소수를 들여와 차량 1대당 10ℓ씩 제한을 두고 판매를 했지만, 5∼6시간 만에 바닥이 났다"고 말했다.

구자두 한국주유소협회 인천시지회 사무국장은 "일부 화물차 기사들은 답답한 심정에 주유소가 요소수를 풀지 않으면 주유 거래를 끊을 거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며 "주유소들도 물량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 현장에서 불만이 쏟아져도 방법이 없어 난감하다"고 했다.

밭작물에 사용되는 요소 비료까지 불똥이 튄 모습이다. 요소 비료 가격은 연말에 농협 입찰을 통해 결정되는데, 요소값이 오르면서 가격 상승도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요소비료 생산업체인 남해화학은 연간 26∼27만톤의 요소를 중국과 동남아 등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올해는 2만톤가량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은 고정 단가로 거래되기 때문에 올해 생산된 물량은 가격 상승이 없지만, 당장 내년 봄부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해화학은 요소를 중국에서 30%가량 수입하는데, 중동이나 동남아 지역으로 수입국 다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남해화학 관계자는 "중국이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수입 상황이 여러 가지로 변하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추가 수입국을 결정해 비료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선호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사무처장은 "올해 수확은 끝났지만, 요소수 품귀 현상이 내년까지 지속된다면 당장 봄 농사부터 대란이 올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한 식량 자급률이 5%에 불과한 국가로 식량과 원료 등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자립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정일·김위수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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