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급발 인플레이션은 테이퍼링을 넘어 금리 인상까지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3차에 걸친 양적완화를 단행했던 연준은 작년 3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대혼란에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를 거의 동시에 시행하는 초강수를 뒀다. 대유행 직후 '무제한 양적완화'까지 선언했던 연준은 작년 중반 이후 매달 800억 달러 상당의 미 국채와 400억 달러 상당의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여 월 1천200억 달러를 꾸준히 시장에 풀고 있다.
그 결과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역대 최대인 8조5000억 달러로 부풀어오른 상태다.
연준이 제로 금리도 모자라 직접 자산을 대량 매입하는 것은 사실 정상적인 통화정책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자산매입 규모를 월 150억 달러씩 줄여나가기로 결정한 것은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향한 첫 걸음으로 받아들여진다.
연준이 초완화적 통화정책에 브레이크를 밟은 것은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분기 곤두박질쳤던 미 경제는 이후 5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으로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테이퍼링을 위한 세부 전제조건도 이미 충족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장기 평균 2%의 물가상승률과 최대고용이라는 최종 목표를 향한 '상당한 추가 진전'을 확인해야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연준의 입장이었는데, 물가와 고용 모두 회복세가 빠르다.
특히 목표치의 두 배를 넘어선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결단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주로 참고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지난 9월 전년 동월보다 4.4% 올라 30년 만의 최대폭 급등을 기록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던 연준은 최근 들어 공급망 차질에서 비롯된 전방위적인 물가 급등세가 '예상보다 더 길고 강할 것'이라며 궤도 수정에 나섰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자동차 가격 급등은 물론 원자재, 인력, 에너지, 물류 등 공급망 전체에서 연쇄적인 비용 상승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7월 두 달 연속 100만 개 가까이 급증한 일자리 시장은 이후 두 달간 델타 변이 탓에 위축됐으나, 가을 들어 바이러스 확산세가 수그러들면서 다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이날 민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이 발표한 10월 민간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57만1천 건 증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39만5000 건을 크게 웃돌았다.
기본적으로 테이퍼링은 통화정책 기조의 중대 변곡점이지만, 시장에 상당 부분 선반영된 소재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는 파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투자자들은 테이퍼링 발표보다는 FOMC 성명과 제롬 파월 의장 기자회견의 행간에서 인플레이션과 금리 전망에 관한 힌트를 읽는 데 훨씬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연준은 이날 FOMC 성명에서 "공급과 수요 불균형이 일부 부문에서 상당한 물가 상승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도 "백신 진전과 공급 제약 완화가 경제활동과 고용의 지속적인 증가, 그리고 물가상승률 축소를 도울 것으로 기대된다"고 언급,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시적'일 가능성에 여전히 무게를 실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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