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1세기는 누구나 인정하는 글로벌시대다. 글로벌시대에는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인해 전 세계를 손쉽게 왕래하고 인터넷망을 통해 전 세계의 정보에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과거보다 더욱 치열한 국제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더 이상 세계와 고립되어 살 수 없는 시대가 되었고 글로벌 시대의 삶은 세계 속의, 세계와의 경쟁이 일상화되고 있는 삶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글로벌 경쟁은 위기이자 기회이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커다란 성공이 가능한가 하면, 사소한 실수가 개인이나 기업의 몰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세계를 선도하는 선진국들의 면모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20세기에 한강의 기적을 보여준 대한민국과 최근 지속적인 고도성장을 이룩한 중국이 새로운 변화라면 변화일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기대되던 아시아의 용들을 비롯한 중남미의 여러 국가들이 시대적 환경의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하지 못해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했던 것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이다.

최근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가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전통적인 산업 강국들이 과연 새로운 시대에도 계속 선진국의 지위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G7 등에서도 큰 변화가 발생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것이 남의 일이 아닌, 우리 자신의 문제라는 점은 분명하다.

과거 산업혁명을 처음 시작하면서 세계최강국의 자리를 누렸던 영국이 20세기에 들어와 낡은 시스템으로 인하여 글로벌 경쟁에서 패배하고, 오히려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었던 독일이 오늘날 영국을 앞서는 산업 강국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우리도 라인강의 기적에 못지않은 한강의 기적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의 기적에 안주할 경우에는 영국의 전철을 밟게 될 뿐이다. 21세기의 변화된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특히 제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기술들과 이들로 인해 크게 달라질 우리의 미래를 치열하게 준비하지 않을 경우에는 대한민국의 부흥은 과거 아르헨티나와 유사하게 선진국 문턱까지 왔다가 좌절한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의 국제경쟁력에 대해 정확하게 평가하고, 이를 어떻게 끌어 올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자동차, 반도체 등의 강세를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떻게 유지해 나가면서 인접 분야로 확산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뒷받침하는 교육경쟁력의 문제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제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들은 다양하다. 유능한 인재들로 대표되는 인적 요소, 각종 천연자원 및 사회기반시설, 산업자본 등을 포함하는 물적 요소, 그리고 인적·물적 요소들을 효율적으로 결합시켜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는 시스템, 즉 제도적 요소가 고루 갖추어져야 대한민국의 국제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

1960~70년대의 개발독재는 한정된 인적·물적 자원들을 국가관리 하에 두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투자함으로써 나름의 성공을 거둔 바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 인권과 민주주의의 억압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이런 시스템은 21세기 대한민국에는 맞지 않는다. 아직도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대표적 선진국들에 비하기는 어렵지만 인적·물적 자원들이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해졌다. 다원화된 산업사회라는 새로운 여건 하에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기업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존중되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교육의 경쟁력이 확보돼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청와대에서 모든 것을 관리하고 통제하려는 청와대 정부의 망령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박정희 정권을 군부독재라 지칭하며 비판하면서도 경제에 관하여는 국가가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청와대 정부의 망령인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국제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청와대 정부'는 종식되어야 한다. 개인과 기업의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고 국가의 관여 및 규제를 최소화하면서 제4차 산업혁명을 맞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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