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 6인 인터뷰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2%를 기록하면서 9년 9개월 만에 3%를 넘어섰다.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석유류 물가는 27.3%나 올라 2008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고 농·축·수산물과 서비스물가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2일 경제 전문가들은 예상보다 높은 물가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을 넘어 내년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상황에서 물가가 치솟는 현상)에 처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정부의 내수 소비진작 정책과 관련, 물가를 염두한다면 소비쿠폰 같은 내수활성화 정책은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 것은 원자재 등 공급망 자체가 원할하지 않았던 게 원인이었는데, 정부가 공급 쪽 문제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생산비용이 올라 물가가 오르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공공요금 등을 동결해 비용을 흡수하고, 기업도 가격을 올리는 것을 자제해야 하는데, 정부는 고통을 분담하는 움직임을 취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소비진작을 위해 소비쿠폰을 대거 풀고 있는데, 소비쿠폰을 사용하려면 소비자들이 돈을 더 써야 한다"며 "물가안정을 위해 차라리 필수품에 대해 할인행사를 해주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소비쿠폰 발행 등의 정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스럽다"면서 "오히려 경기과열로 물가압력이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소비진작 정책이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동성 공급 확대, 해외 공급망 교란이 결합하면서 전반적인 물가상승 압력을 만들고 있다"며 "소비자물가뿐 아니라 생산자물가는 7%를 넘어설 정도로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지금은 (소비진작보다) 유동성 회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런 정책은 유동성 공급을 늘려 물가상승 압력을 더 자극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실질소득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그러면서 "향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금리인상으로) 경기 부진 현상이 있을 수 있지만, 그만큼 물가상승 압력 자체가 워낙 거센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난달 처음으로 물가상승률이 3%대를 기록했는데 체감물가는 이보다 더 높다"면서 "정부의 체감물가 안정책과 통화정책 공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단기적으로 통화정책을 사용할수 밖에 없는데 경기상황이 완전히 좋아진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서서히 올리는 것이 도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또 인플레이션 우려를 넘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의 물가상승 정도는 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한 수준" 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내년 3월이면 코로나19 이후 기저효과가 걷힌다"며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1%대에 머물고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이 2%대 중후반이 되면 스태그플레이션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도 "물가는 오르고, 성장은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보인다"며 "물가상승 원인이 공급 측면에 상당히 존재하는 만큼, 기업들의 활력을 회복하고 비용부담을 완화하는 게 해법"이라고 말했다. 강민성·이민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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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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