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일 여성가족부가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공약을 개발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영애 여가부 장관과 김경선 차관의 경질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소속 여성가족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전체회의를 소집하고 긴급 현안질의를 요구했다. 정 장관과 김 차관을 직접 불러 대선공약 개발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하려는 목적에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전체회의 소집에 반대하고 정 장관과 김 차관이 모두 불참해 반쪽 회의에 그치고 말았다. 민주당에서는 송옥주 여가위원장만 참석해 회의를 진행했다.
국민의힘 여가위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발언 기회를 얻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여가부가 공무원을 동원한 관권선거에 나섰다. 명백한 정치중립 위반이고 선거개입"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공무원들의 선거개입에)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한지 두 달도 안돼 대통령 경고를 무시한 정 장관과 김 차관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가 대선공약을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문 대통령의 엄중경고를 받은 것을 다시 짚은 것이다.
김정재 의원은 이어 "국민들이 여가부를 '여당가족부'라고 부른다"며 "장관이 대선개입을 사전에 알았다면 사퇴할 일이고 몰랐다면 장관의 역할과 위상이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애 의원도 김 차관의 경질을 요구했다. 김미애 의원은 "문재인 정권 막판에 3류 범죄전쟁에나 나올법한 치졸한 모럴 해저드가 발생했다"면서 "여당은 (부처에) 대선공약을 만들어오라고 압박하고 줄 세우고 사적으로 악용했다"면서 "대권을 뺏길 것 같아서 얄팍한 수를 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미애 의원은 또 "김 차관은 (공약개발 관련)회의를 한 뒤 이메일로 외부회의나 자문검토 시 공약관련이 아닌 중장기정책과제로 통일하라고 지시했다"면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을 의식해 입단속을 시킨 악질 끝판왕"이라고 질책했다. 김미애 의원은 "이재명 눈치를 보고, 민주당 눈치만 보는데 어떻게 국민을 위한 여가부라 할 수 있느냐"면서 "김 차관을 즉시 경질하고, 모든 정치공작을 주도한 사람이 누군지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고 했다.
서정숙 의원은 "선거에 개입한 김 차관을 경질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또 다른 부처에는 이런 일이 없는지 조속히 전수조사를 시행해야 한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행정부 공무원들이 소위 선거범죄에 가담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조사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금희 의원도 정 장관과 김 차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한편 민주당으로부터 구체적으로 어떤 요구를 받았는지, 누구에게 요구를 받았는지, 여가부가 만든 공약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주혜 의원은 "이 사건은 비단 여가부 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부에도 비슷한 일이 있어 문 대통령이 질타를 했다"면서 "모든 부처에서 대선공약을 만들어 민주당에 준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 명백한 관권선거이기 때문에 당연히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여가부의 장·차관 경질로 끝날 일이 아니라 민주당 관계자가 공범"이라며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송 위원장은 "제가 알기로는 그런 부분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안다"면서 "사실규명을 위해서는 여가부 장·차관이 나와서 발언하거나 진위파악을 해야 하니 여야 간사간 합의로 전체회의 의사일정을 협의해달라"고 했다.
국민의힘과 송 위원장은 발언시간을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송 위원장이 의사진행발언을 3분으로 제한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통상 의사진행발언을 5분가량 했던 관례를 들어 추가 시간을 요구했다. 그러나 송 위원장은 "여야 간사가 (발언시간을) 합의하면 제가 따르지만 합의가 없으니 제가 정할 수 있다"면서 "시간을 안 준 것도 아니고, 시간에 맞춰 말하는 것도 역량"이라고 거부했다.
김정재 의원은 "야당을 무시하느냐"면서 크게 반발했다. 전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비슷한 상황에서 전체회의를 한 바 있지만 법사위원장은 1분의 추가시간을 줬다"면서 "송 위원장은 (추가) 1분조차 허용하지 않는 걸 보니 굉장히 속이 좁은 것 같다.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2일 여당 의원들의 불참속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