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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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는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은 작년에 48.41%였고, 금년 말에 52.54%, 2024년에는 62.27%에 이를 것으로 보면서 한국의 적정비율은 60%라고 언급하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기축통화국의 부채비율은 단순 평균으로 95.77%이지만 비(非)기축통화국의 부채비율이 53.27%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 경제가 튼튼한 편이니 국가채무비율이 조금 높아도 된다고 봐준 것 같다.

국가채무비율에 절대 넘으면 안 되는 선은 없다. 그러나 그 선까지는 아무 일도 안 벌어진다는 것도 아니다. 정치인들이 다음 세대에 엄청난 빚을 떠넘기는 것을 미안해 하기는 하는 모양인데, 다음 세대가 그 빚을 갚을 리도 없고 또 다음 세대에게 떠 넘길 수 있으니 그 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국가채무의 급증은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당대에 문제를 일으킬 것이고 다음 대선 전에 그 임계점을 넘길 수도 있다.

나라가 국채를 많이 발행하면 자본시장에서의 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금리는 이미 오르고 있다. 작년 중반 1.28%까지 떨어졌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이미 2.4% 대로 올랐고, 미국도 작년 전반 0.5% 수준까지 떨어졌던 것이 1.6% 수준까지 올랐다. 금리가 오르면 정부가 국채를 발행할 때 더 많은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높은 이자는 더 이상 빚을 내지 않아도 국가채무가 더 늘어나게 만든다. 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어렵게 되어 민간투자가 위축될 수 밖에 없고 제대로 된 경제 활성화도, 일자리 창출도, 그에 따른 국세 수입의 증가도 다 물 건너가게 된다. 은행의 금융채 발행 이자가 높아지면 모든 대출금리가 높아진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애써 유지해 오는 저금리가 무위가 된다는 말이다. 경제가 활성화되도 금리는 올라가지만 금리가 먼저 올라가면 경제는 죽는다. 여기에 최근의 원유, 구리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급등세가 가세하여 물가가 오르게 되면 금리는 더 오를 수 밖에 없다.

뭘 조금 아는 정치인들이 국채 급증을 걱정해 증세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참 기특한 일이기는 한데, 세금은 더 거두는 것이 아니라 더 걷히게 해야 하는 것이다. 경제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국민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데 세금을 더 거두려고 덤비면 세금은 오히려 덜 걷힐 수도 있다. 값을 올리면 돈을 더 벌 수 있기는커녕 더 못 벌 수도 있다는 것은 포장마차 주인도 안다. 경제에는 지름길도 우회로도 없다. 정도가 있을 뿐이다.

국채 금리 부담을 좀 덜어 보려고 중앙은행에게 일괄 인수시키려는 것은 세계 만방에 한국 정부의 재정력이 바닥이 났고 자본시장에서 국채를 소화시킬 자신도 없음을 인정하는 항복선언이나 다름없는 짓이니 아예 상상도 하지 말기를 바란다. 1995년 이후 외환위기,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고,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물론 중국까지도 중앙은행의 국채 직접 인수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경제를 살리려고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추어도 생산적 투자는 늘지 않고 부동산과 주식 투자만 늘고 영끌대출이니 동학·서학 개미니 하는 신조어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어떻게 될까? 오른 집값이나 주가는 미실현 이익인데 늘어나는 이자 부담은 코 앞의 현실이다. 누군가 빚을 감당하기 어려워 팔기 시작하면 뒤따르는 사람이 생기고 값은 떨어진다. 정부가 주택 가격 하락을 바라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대출을 받아서 뒤늦게 집을 사고 주식을 산, 취직도 못한 젊은이들의 처지는 어떻게 될까. 대선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국가채무비율, 특히 그 상승 속도는 경상수지, 외환보유고 등에 못지않게 중요한 국가신용등급 결정 요인이다. 만에 하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사태라도 오면 금리 상승, 원화가치 하락, 외국인투자 유출, 자산가격 폭락 등 총체적 위기가 올 수도 있다. 미국 금리의 상승 등 다른 요인이 가세하면 국가채무비율이 60%에 이르기 전이라도 이런 위기와 마주할 수 있다. 충직한 행정부 공무원들이 욕을 먹어가면서도 재정건전성을 조금이라도 덜 훼손하고자 분투하는 것은 이런 사태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이런 사태가 대선 전에 벌어지면 선거가 어떻게 될지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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