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독재 세력이든 민주화 운동 세력이든 한국의 50대 이상 인텔리 아재들은 ‘구시대의 유물’” “그들은 그들의 기억이나 확신과 달리, 자유주의자인 적도 사회주의자인 적도 없어” “파시스트를 추앙하는 자유주의자가 말이 되나…국유화와 사회화를 구분 못 하는 사회주의자가 말이 되나”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진보논객 김규항씨가 "이재명의 선정적인 말장난, 그리고 그에 대한 아재들의 논평들은 그야말로 낡은 관념의 전시장"이라고 정치권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규항씨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회'를 모르는 아재들"이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개발독재 세력이든 민주화 운동 세력이든 한국의 50대 이상 인텔리 아재들이 다름없이 구시대의 유물인 건, 무엇보다 '사회'라는 개념의 결핍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씨는 "그들에게 사회란 개인들도, 개인들의 연합도 아닌 그저 국가이다. 그래서 좋은 사회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도 그저 좋은 정권을 수립하는 것"이라며 "그들은 국가 바깥을 나가본 적이 없다. 그들은 전체주의 신민으로 훈육 받으며 자랐고, 청년기엔 국가 자본주의자이거나 국가 사회주의자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은 그들의 기억이나 확신과 달리, 자유주의자인 적도 사회주의자인 적도 없다. 파시스트를 추앙하는 자유주의자가 말이 되는가. 국유화와 사회화를 구분 못 하는 사회주의자가 말이 되는가"라며 "중년 이후에도 그들은 사회를 깨달을 겨를이 없었다. 오로지 제 청년기를 자원으로 하는 기득권 경쟁에 온 힘을 다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를 모르는 그들의 오랜 사회적 활약 덕에 사회는 이 꼴이 되었다. 그들이 또 '시장 vs 국가'를 말한다"면서 "그러나 문제는 '시장 vs 사회' '국가 vs 사회'이다. 문제는 사회를 망가트리는 시장, 사회를 망가트리는 국가"라고 뼈 있는 말을 덧붙였다.
최근 김씨는 이재명 전 지사에 대한 비판적인 스탠스를 취해왔다. 그는 "이재명은 '화천대유'라는 치명적 스캔들을 특유의 말 바꾸기와 '프레임 흐리기' 전술로 넘어서는 데 성공하는 듯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층 가시화하고 있다"며 "그걸 재앙이라 보는 견해에 동의한다면, 재앙을 견제할 힘은 주류 정치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대깨문 보다 조국 반대파가 물론 낫겠지만, 둘의 차이는 윤리 차원이며 리버럴이라는 이념적 구획 안에 있다는 건 같다"며 "이번 대선에서 드디어 수십 년 동안 반복되던 '비판적 지지' 망령이 사라졌다. 그럴 만한 건덕지조차 남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판적 지지는 극우 세력을 막고 진보정치도 성장하는 거시적 정치 연합이라 주장되었지만, 결국 리버럴의 부패와 진보정치의 소멸로 귀결했다. 재앙의 실체는 바로 그것이다. 정치와 경제의 혼란 상황도, 이재명 대통령의 가시화도 그 반영일 뿐"이라며 "진심으로 재앙을 염려하는 사람이라면, 넋 놓고 부르주아 후보 인물평이나 하며 시간을 보낼 이유는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과거 2002년 대선 당시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2002년 대선에서 당선이 확실시되던 이회창은 아들 병역비리 의혹으로 무너진다. 한국인들이 대통령 후보에게 윤리적 잣대를 적용한 마지막 사례였다"며 "5년 후 대선 직전 이명박이 BBK가 제 것이라 말하는 동영상이 공개되지만, 아랑곳없이 유례없는 표차로 당선된다. '경제 대통령'이라는 구호 덕이었다"고 했다.
"문재인은 촛불 덕에 대통령이 된, 일종의 과도적 예외라 할 수 있다. '어진 임금' 이미지 유지에 전념하는 것만으로 꽤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도 감옥에 있는 두 전임자에 반사되기 때문"이라며 "그의 임기에 조국 사태를 시작으로 '리버럴:보수' 정치 시스템이 뒤엉켜 엉망진창이 된다. 또한, 한국인들에게 경제는 단지 금융과 투기를 의미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씨는 "정치도 경제도 길을 잃을 때, 사람들은 '강한 지도자'에 끌린다. 이재명이 인기를 얻는 이유"라며 "그가 양아치에 사기꾼 면모를 가진 건 이미 비밀이 아니지만, 혼란스러운 현실에서 그래도 뭔가를 제대로 해낼 것 같은 인물이라 여겨지고 있다.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구호는 이명박의 옛 구호 '경제 대통령' 만큼이나 현재의 대중 심리에 주효하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