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의 해군 함정 10척이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 열도를 거의 한 바퀴 도는 무력 시위를 펼쳤다.
미국이 대만 문제 등을 놓고 대립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 영국, 호주 등 우방국과 결집하는 가운데 밀월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중·러 함정이 일본에 대해 사실상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어서 주목된다.
24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방위성 통합막료감부(한국 합참에 해당)는 중국과 러시아 해군 함정 5척씩, 총 10척이 가고시마(鹿兒島)현 오스미(大隅)해협을 나란히 통과해 동중국해에 진입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양국의 함정이 오스미 해협을 동시에 통과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국 해군은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표트르 대제만 부근 해역에서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해상연합-2021 훈련을 진행했다.
양국 해군은 훈련을 마친 뒤 지난 18일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와 혼슈(本州) 사이의 쓰가루(津輕)해협을 거쳐 태평양에 진출했다.
20일에는 지바(千葉)현 동쪽의 이누보자키(犬吠埼) 앞바다 약 130㎞까지 접근하며 일본 열도 우측을 따라 남하했다. 이어 21일에는 시즈오카(靜岡)현 동남부의 이즈(伊豆)제도 부근에서 양국 프리깃함에서 각각 함재 헬기의 이착륙 훈련을 펼쳤고, 22일 오후 1시에는 고치(高知)현 아시즈리(足摺)곶 남쪽 180㎞ 지점을 통과해 오스미반도와 다네가시마(種子島) 사이의 오스미해협 수로를 따라 동중국해 쪽으로 넘어갔다.
23일 오전에는 나가사키(長崎)현 단조(男女)군도 남남동쪽 약 130㎞ 지점에서 중국 미사일 구축함 함재 헬기의 이착륙 훈련을 실시했다.
이때서야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긴급발진해 대응에 나섰다.
중국과 러시아는 양국 함정이 잇따라 통과한 쓰가루, 오스미 해협은 국제해협이어서 통과 자체에 국제법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 방위성은 중·러 함정의 이번 움직임이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보고 경계를 강화하면서 정확한 의도를 분석 중이다.
일각에선 미국과 일본, 영국, 호주 등 4개국이 일본 주변 해역에서 다자간 훈련을 반복하는 것을 중국과 러시아가 견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9월 영국의 최신예 항모 '퀸 엘리자베스'를 주축으로 하는 항모 타격군이 일본에 기항했다.
미국과 일본은 이 기회를 활용해 오키나와(沖繩) 남서쪽 해역에서 미·영 항모 총 3척이 참가하는 대규모 합동훈련을 펼치며, 중국을 압박했다.
일본은 동중국해에 진입한 중·러 군함 10척이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분쟁중인 센카쿠(尖閣) 열도나 대만 쪽으로 항로를 잡을 경우 군사적 긴장도가 높아질 수 있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