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조항 삭제 비판 제기되자 이재명 "직원건의 수용 안한것" 답변 野 "최종 결정 관여 증거" 주장 특검 도입 안하면 치명타 될수도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감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대장동 게이트'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초과이익 환수조항 추가'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이를 삭제하는 것을 지시 또는 묵인했는지가 새로운 '스모킹건'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지사가 대장동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민간업체와의 계약에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넣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고의적으로 뺐다면 '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이같은 배임 혐의로 구속된 터라, 이 지사 역시 같은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법조계 해석도 나온다.
이 지사는 지난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야당으로부터 "대장동 사업의 초과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조항이 삭제됐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삭제한 것이 아니라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추가하자고 한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팩트(사실)"라고 말했다. 이어 "공모 단계에서 확정이익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는데, 나중에 실무부서에서 초과이익이 더 생기면 더 갖자고 한 내부제안을 채택하지 않은 게 배임이라는 것은 사리에 합당하지 않고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또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다음 본질적 계약 내용을 변경하면 계약위반으로 감사원의 징계사유가 될 수 있어 함부로 바꿀 수 없다. 이게 법"이라고 했다.
이 같은 이 지사 발언으로 그가 초과이익 환수조항에 대한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계약에 포함되지 않도록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장동 개발사업 외에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민관합동 개발사업에서는 초과이익 환수조항이 포함돼 있다는 것도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초과이익 환수조항' 논란이 생긴 것은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초과이익 환수를 검토하고도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지사의 지시로 최종 지침서에 넣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2015년 2월 당시 대장동 업무를 담당했던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이현철 개발1팀장(현 개발2처장)은 지난 6일 성남시의회에 출석해 "경제 상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초과 이익 검토를 요한다는 것을 수기로 써서 개발본부장에게 제출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사장 직무대리였던 유 전 기획본부장을 거치면서 초과이익 환수조항은 7시간 만에 빠졌다.
이 지사의 국감 발언은 최종 결정에 이 지사가 관여했음을 나타낸다는 게 야당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대장동 게이트 진상규명 TF 회의를 열고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해 "민간 사업자인 화천대유에 막대한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초과이익 환수조항이 빠진 사업설계안을 확정한 혐의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애초에 성남도공의 '확정이익'이라는 결론을 정해 사업 공모를 한 것은 민간이 아무리 많은 초과이익을 거둬도 환수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든 것"이라며 "더 많은 이익을 성남시민에게 드릴 수 있었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자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대장동을 지역구로 둔 김은혜 의원도 "당초 성남시가 초과이익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면서 "부동산 수익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배임으로 다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화천대유 등은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상당한 초과이익을 가져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이날 발표한 대장동 개발 예상 수익금은 1조8211억원 상당이다. 경실련은 성남시가 환수한 1830억원을 제외한 1조6000억원의 이익을 화천대유 등 민간업체가 가졌고, 이중 화천대유와 천하동인 등 개인 7명이 챙긴 이익은 8500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다만 실제 검찰 수사 등에서 이 지사의 배임 혐의가 다뤄질지는 확실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배임은 혐의 입증이 쉽지 않고, 이 지사가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넣지 않기로 결정하는 과정에 얼마나 개입했는지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성남시청 압수수색 당시 시장실과 비서실을 배제한 것도 명확한 수사결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 지사가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삭제한 게 아니라 건의를 수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표현했지만, 표준약관과 마찬가지라면 본인이 삭제한 것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된다"며 "모른다고 했다면 배임 가능성이 없지만, 알고도 일부러 넣지 않은 것이라면 배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검찰이 적극 수사를 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 데다, 민주당이 특검을 수용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의혹이 커지고 있는 만큼 특검 도입을 하지 않으면 이 지사에게는 오히려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