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휘발유 가격이 4주 연속 상승하며 약 7년 만에 평균 1700원대에 육박한 17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게시되어 있다. 박동욱기자 fufus@
국제유가 고공행진 속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체감 유가가 이미 배럴당 100달러 선에 육박했다.
고유가 등에 이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관측이다.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대외변수인 국제유가 등 원자재값이 안정되지 않으면 올해 4%대 경제성장률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지난 15일 배럴당 82.99달러를 기록했다.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이달 6일 배럴당 80달러대(80.55달러)에 처음 진입한 이후 지난주 내내 종가 기준으로 81∼82달러대에 머물렀다.
두바이유 가격은 2018년 10월 4일 84.44달러를 기록한 이후 3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체감유가는 더욱 높아진다. 유가가 올라가도 원화가 강세를 띠면 상대적으로 고유가를 덜 체감하지만, 원화 약세로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 환산 유가가 치솟기 때문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가장 높았던 지난 12일에는 원화 가치가 달러당 1198.8원까지 떨어지면서 이날 두바이유 현물 가격이 배럴당 9만8385원까지 올랐다. 같은 날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82.07달러였는데, 환율까지 고려한 국내 체감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올라간 셈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수입 가격이 오르면 결국 소비와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원자재나 유가 상승은 경제회복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도원빈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원자재값 상승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고, 수출기업 채산성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전체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와 환율이 함께 급등하면서 국내 물가 상승 압력도 커졌다. 유가는 단순한 석유류 가격 이상으로 다양한 상품의 가격 상승을 일으킬 수 있는 원재료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고 있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달 3%대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커졌다.
김영훈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지난 15일 '최근 경제동향' 브리핑에서 "7~8월 델타변이 확산으로 낮아졌던 유가가 다시 오르고 환율도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10월 물가상승률이) 3%대를 기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 등 인플레이션 우려에 더해 글로벌 공급망 충격으로 경기 회복세가 더 늦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 1분기 1.7%, 2분기 0.8%씩 성장했다. 하지만 GDP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전(全)산업생산이 7월 -0.6%, 8월 -0.2%로 두 달 연속 감소하면서 3분기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8월에는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감소해 '트리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은은 3분기와 4분기 GDP 성장률이 각각 0.6%씩 성장해야 연간 경제성장률 4%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우리나라가 4%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정부의 재정 투입 효과를 제외하면 실제 성장률은 이보다 낮을 것"이라며 "수출 감소에 환율은 계속 올라 저성장이 고착화했던 1989년 일본과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은진기자 jineun@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