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뿐 아니라 반도체, 바이오, 가전, 철강, 건설자재 등 전 산업군에 걸쳐 원자재 가격 상승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전력난에 따른 원자재 생산 위축에 원·달러 환율 상승까지 더해지면 기업들의 수익성 확보에 큰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7일 조달청 가격동향 등에 따르면 주요 비철금속과 희소금속 가격은 지난해와 비교해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철강제품 성능 강화에 들어가는 첨가제인 희소금속 페로실리콘과 페로망간 가격은 지난 1일 기준 톤당 3958달러, 2335달러를 각각 기록해, 작년 말(1335달러, 1145달러)과 비교해 각각 3배, 2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 밖에도 조달청이 공개한 10개의 희소금속 가격 가운데 작년 말과 비교해 가격이 떨어진 품목은 탄산리튬 단 하나 뿐이다. 탄산리튬 가격도 최근 수요 증가와 중국의 생산 차질 등으로 인해 상승세를 보일 조짐이다.
알루미늄, 납, 아연, 구리 등 비철금속 가격도 1년 전과 비교해 대부분 올랐다. 조달청과 로이터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런던금속거래소(LME) 비철금속지수(LMEX)는 4141.0으로 작년 말(3414.5)보다 거의 70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3분기 들어 하향세를 이어갔던 철광석 가격도 다시 반등하는 조짐이다. 지난 1일 기준 LME 거래 기준 철광석 가격은 톤당 116.1달러로 전 주(톤당 102.94달러)보다 무려 13달러 이상 치솟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진입에 따른 수요공급 불균형에 최근 중국 광물·원자재 생산차질까지 더해지면서 광물·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산시성 정부 등은 지역 내 마그네슘 제련 등 생산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거나 줄이도록 명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라면을 튀길 때 사용하는 팜유 가격은 지난 4일 기준으로 1년 새 70% 가까이 급등했다. 소맥 가격도 전년 대비 30.3%나 올랐다. 시멘트 가격은 지난 7월 1일 부로 5.1% 인상했다. 석유화학 핵심 원료 격인 납사와 에틸렌 가격 역시 이날 기준으로 작년 10월과 비교해 톤당 300달러 안팎으로 가격이 올랐다.
이 같은 원자잿값 인상은 제조업계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먼저 농심과 오뚜기 등 라면업계, 해태제과·롯데제과 등 제과업계가 잇따라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코로나19로 매출이 호조세임에도 영업이익이 20% 이상 줄어들면서 더 이상 원가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또 사료값이 치솟으면서 돈육, 육가공 제품 원가도 급등, 외식업계와 육가공업체들도 가격 인상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레미콘 업계 역시 이달부터 수도권 레미콘 가격을 굵은 골재 기준으로 4.9% 가량 인상하기로 건설업계와 합의했다. 철강업계에서도 3분기부터 철근 가격을 인상한 바 있으며, 현 추세대로면 추가 인상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가전업계 등은 상대적으로 원자잿값 상승의 영향을 덜 받는 편이지만,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을 중심으로 점차 충격파가 번지고 있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중국 내 생산공장을 가동 중인 일부 부품 협력사들은 현지 정부의 규제로 핵심 소재를 제때 공급받지 못하면서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특성 상 아직까지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협력사들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물가인상 억제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와는 별도로 공급망 다변화와 중소기업 금융·세제 지원 등 직접적인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기요금 외에 다른 공공요금은 하반기에 동결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박정일기자 comja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