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대중통상전략 발표 1단계 무역 합의의무 준수 압박 중국 상품 고율관세 완화 안해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중(對中) 통상전략의 윤곽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국이 줄곧 고대해왔던 '고율 관세 완화'라는 선물을 주지 않았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남긴 대중 압박 정책의 '유산'을 버리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면서, 어떤 측면에선 오히려 더 독해진 양상을 드러냈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4일(현지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을 통해 고율 관세 유지를 비롯한 대중 무역 압박 정책의 틀을 변경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타이 대표의 연설은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8개월 간 준비해온 대중 무역정책의 방향을 처음으로 정교하게 제시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연설을 통해 전달된 미국 정부의 메시지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 때 맺었던 미국 제품 구매 확대 등 1단계 무역 합의 의무를 지키라는 것이다. 고율 관세 상호 부과전을 벌이던 미중 양국은 2019년 12월 관세 난타전을 더 악화시키지 않는 것을 전제로 2020∼2021년 2년에 걸쳐 중국이 미국에서 2000억 달러(약 237조원) 어치의 상품과 서비스를 추가 구매하도록 하는 1단계 무역 합의를 체결했다.
두 번째는 일부 상품의 관세 면제를 선택적으로 인정하되, 대중 고율 관세를 기본 틀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양자 협의를 통해선 중국의 잘못된 경제·무역 관행을 바로잡을 수 없다고 판단, 중국과의 2단계 무역합의 협상에 나서는 대신 유럽 등 동맹과 연대해 중국의 '비시장적 관행(non-market behavior)'을 변화시키기로 방향을 잡았다. 즉 고율 관세를 지렛대로 삼은 기존의 무역 합의가 중국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접고, 시장 경제라는 공동 가치에 기반한 동맹 결집을 통해 중국을 더욱 강력한 포위망 속으로 몰아붙이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지난 9월 29일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가동시킨 제1차 무역기술위원회(TTC)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출범한 조직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 때와 비교하면 지향점도 더욱 뚜렷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역 전쟁을 봉합한 1단계 무역 합의를 통해 중국에게서 2000억 달러의 '전쟁 배상금'을 챙기는 데 만족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의 장기적 경젱이익을 지키기 위해 중국 특유의 국가 주도 경제체제를 바꿔놓아야 한다는 인식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타이 대표는 1단계 무역 합의에 대해 "중국의 무역 관행이 미국 경제에 끼치는 해로운 충격에 관한 근본적 우려를 유의미하게 다루지 못했다"며 "1단계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중국 정부는 계속해서 (육성) 목표 산업에 수십억 달러를 퍼붓고 있다. 이는 미국과 전 세계 노동자들의 이익을 해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타이 대표는 또 "중국의 계획에는 미국과 다른 많은 나라가 공유하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의미 있는 개혁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역설했다.
중국은 그간 대중 고율 관세 완화 필요성을 미국 측에 강력하게 피력해왔다. 미중 관계 악화의 상징이던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의 기소 연기 조치를 계기로 미중 갈등이 완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지만 미중간 경제 전쟁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12월이면 1단계 무역 합의가 효력을 잃는다. 1단계 무역 합의가 미중 무역 전쟁을 일시적으로나마 봉합하는 안전핀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미중 무역·경제 분야가 협력보다는 갈등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따라서 미중 경제·무역 관계의 향배는 조만간 성사될 것으로 예상되는 타이 대표와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 간 첫 대좌의 결과에 달린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윤선 선임 연구원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바이든의 무역 정책이 트럼프보다 훨씬 우호적일 것이라고 중국이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선택적 탈동조화는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