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바이든과 전화 통화
"북한, 일본인 납치문제에 협력"
'중국 견제 동참'도 지속할듯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전화 통화를 하는 것으로 외교 활동을 시작했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 4일 취임한 뒤 외국 정상과 전화 통화를 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이다. 기시다 후미오 정권이 동아시아 안보환경과 관련해 외교에 어떤 자세를 보일지 관심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취임 축하 인사를 받은 뒤 내각이 주요 과제로 내세우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간 협력 입장을 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오키나와현 센카쿠열도를 놓고는 미국의 방위 의무를 규정한 미일안보조약 제5조의 적용 대상이라는 견해를 거듭 밝혔다. 두 정상은 또 미일 동맹 강화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실현하기 위해 양국이 계속해서 긴밀히 협력해 나간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일 관계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도 기시다 정권은 역사 문제에서 한국에 좀처럼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제프리 호넝 미국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이 기시다 정권에 기대하는 외교에 관해 "변화를 바라는 첫 번째 포인트는 한국과의 관계 개선"이라고 5일 보도된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기시다가 외무상으로 재직 중이던 2015년 한국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 합의한 당사자라는 점을 거론하고서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정권 시대부터 계속 일본·한국이 서로 양보하고 다가서는 것을 원했다"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하지만 일본 외무성 관료 출신인 미야케 구니히코 캐논 글로벌전략연구소 연구주간은 기시다 정권이 역사 문제에서 한국에 양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에서 기시다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무엇보다 한국은 위안부 문제나 옛 징용공 소송 문제에서 입장을 전혀 바꾸지 않았다"면서 "일본이 양보하는 것은 국민감정에 비춰보더라도, 외교의 상식에서 보더라도 있을 수 없다"고 요미우리신문에 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기시다가 미국으로부터 중국 견제에 동참하라는 요구를 받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호넝 연구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일 관계에 쐐기를 박거나 한일의 대화를 방해하거나, 오키나와현 센카쿠열도를 둘러싸고 일본에 압력을 가할지 모른다"면서 "기시다에게는 중국에 강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할 미묘한 조타수 역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일 동맹 중시를 비롯한 일본의 외교·안보 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미국의 기본적인 시각"이라며 호주나 영국, 인도 등과의 전략적 관계 강화, 중국에 대한 강한 자세 등 이전의 일본 외교·안보 정책도 마찬가지로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미국은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야케 연구주간은 "기시다가 자민당 내에서 비둘기파로 불리지만, 중국에 융화적 대응을 할 것으로는 생각할 수 없다"며 "외무상으로서 센카쿠 문제에 대응했기 때문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국빈 방일 실현은 현재 상황에서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이 일본의 방위력 강화를 지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와 관련해 호넝은 "바이든 정권은 기시다가 총재 선거에서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관해 더 구체적인 논의를 (일본 정권에) 요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야케 연구주간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일본에 위협"이라면서 "일본은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끈기 있게 추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동아시아의 안보 환경이 엄중함을 더하는 가운데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는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기시다 후미오(앞줄 가운데) 일본 신임 총리가 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각료들과 함께 취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앞줄 가운데) 일본 신임 총리가 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각료들과 함께 취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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