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대의 민주주의
민경우 지음/인문공간 펴냄
현재 한국 최대 정치세력은 586 운동권들이다. 21대 국회의원의 3분의 1 이상이 80년대와 90년대 초 민주화 운동권 출신이거나 그와 관련이 깊다. 청와대 50여 비서관급 이상 가운데 적잖은 수가 작년 4·15 총선에서 정치권으로 빠져나왔지만 586 운동권이 여전히 청와대에서 최대 동질 정치집단을 이루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국가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면 괜찮은데, 부(負)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배경은 이들이 순수한 '민주화' 세력이 아니라는 데서 찾아야 한다. 민주화의 외피를 쓰고 북한의 소위 김일성 주체사상을 추종했던 반(反) 대한민국 세력이다. 변질된 운동권 출신들이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정치권으로 들어와 똬리를 키워온 결과가 오늘에 이른 것이다.
언제나 내부자의 고발서는 팩트에 충실하고 객관적 입장을 취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이 책 '86세대의 민주주의-민주화운동과 주사파 권력의 기원'도 마찬가지다. 저자 민경우는 한때 586 운동권의 핵심이었다.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장으로 87년 6월 학생 항쟁의 중심에 있었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의 남측 사무처장을 10년(1995~2005년)간 맡았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3번 수감되고 4년2개월 감옥에 다녀왔으니 그 만큼 586 운동권의 성골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주사파 운동권의 실체를 기록하고 알리도록 한 계기는 2019년 '조국 사태'였다. 이미 2012년부터 운동권과 연을 끊었던 저자는 운동권의 위선, 내로남불, 불법과 탈법에 고개를 젓고 있던 터였다. 민주화 운동에 편승하다 나중엔 점유해버린 NL(민족해방) 주사파의 허무맹랑하고 조악한 자기합리화를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저자는 민주화운동이 수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노력에 의해 달성된 것인데, 그들이 전유하려는 데에 분노한다. 저자는 "어느 사회나 주변부에 있던 사람들이 목소리가 큰 법"이라며 "현재 집권 정당 언저리에 있는 유력 정치인들의 민주화운동 경력은 실상 보잘 것 없다"고 했다. 한마디로 그들은 공부는 않고 정치권으로 간 'B급 운동권'이라는 것이다. 가슴이 갑갑한 이들이 읽으면 그야말로 펑하고 뚫리는 경험을 할 것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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