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야를 막론하고 '개고기를 식용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내년 대선에 새로운 이슈로 부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권자들이 정서적으로 반려동물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을 파고들며 지지를 호소하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또 다른 선거 전 '갈라치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개 식용 금지' 불 당긴 문재인 대통령=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김부겸 국무총리와 주례회동한 자리에서 김 총리로부터 유기 반려동물 관리체계 개선 관련 △반려동물 등록률 제고 △실외 사육견 중성화 사업 추진 △위탁 동물보호센터 전수점검 및 관리·감독 강화, 민간 보호시설 신고제 도입 △동물보호관리시스템 내실화 등에 대해 보고를 받은 직후 "이제는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네티즌들은 '천연기념물 같은 특수종이 아닌 한 어떤 동물을 먹을지는 자유'라는 의견과 '가족 같은 반려동물을 생각하면 식용으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극 초반부터 반려동물에 관심을 보여, 임기 첫해인 2017년 7월 26일에는 유기견이었던 '토리'를 입양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개 식용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문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개 식용 금지'의 경우 지난 2018년 8월 10일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21만 4634명 참여)에서 이미 거론됐던 내용이다. 당시에는 최재관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이 답변자로 나서 "정부가 식용견 사육을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받는 측면도 있어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도록 축산법 관련 규정 정비를 검토하겠다"면서도 "여전히 개를 사육하는 농장이 다수 존재하는 점 등을 감안해 이해당사자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논의가 더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3년 만에 문 대통령이 직접 '식용반대'라는 새 입장을 낸 셈이다.

◇한때 문 대통령에 호응한 홍준표도 논란 휩쓸려=문 대통령의 발언에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홍준표 의원은 즉각 글을 올려 호응했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 "개 식용 금지에 찬성한다. 반려견이 자식처럼 돼버린 시대적 변천이 왔는데, 아직도 개 식용을 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하는 짓이 마음에 드는 것 하나 없었다"면서도 "이건 찬성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홍 의원이 실제 시바견을 키우고 있기도 하고, 젊은 세대와 여성들이 반려견과 정서적으로 가깝다는 점을 고려해 문 대통령과 입장을 같이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지지층으로부터 '개고기 식용문제를 국가가 정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논란이 뒤따랐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자유로운 시장경제체제를 표방하는 후보가 국가가 나서서 국민의 식습관을 강제하겠다는 식의 역설적인 상황이 됐다"고 짚었다. 홍 의원 측은 세계적인 추세가 개고기를 식용으로 쓰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개고기를 식용으로 금지한다면 개고기를 판매하던 상인들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되야 할 것이라며 일부 후퇴한 입장을 냈고, 페이스북의 글도 내렸지만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 진영 역시 개 식용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총선 직전인 미래통합당 시절부터 황교안 대표가 강형욱 훈련사에게 총선 영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후 대선 경선 레이스에 참여했던 박진 의원의 경우 올해 초 '반려동물 놀이터 설치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특히 개 식용 문제의 경우 정서적인 유대감에 따른 입장 차이가 찬반에 큰 비중으로 반영되는 만큼 진영이나 논리와는 다른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개 식용 논란이 내년 대선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 이유다.

◇지나친 표 계산에 따른 '갈라치기',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개 식용 문제가 논란이 되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나친 표 계산에 따른 갈라치기를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 그래도 국론분열이 심각한 상황에서 또 다른 갈라치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단기간에 해법이 도출되기 어려운 아젠다를 선거 전에 띄우는 것은 자칫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새 프레임을 씌우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의 한 야권 캠프의 관계자는 "여야를 모두 관통하고 있는 대장동 논란으로 정치권이 뜨거운 상황에서 새로운 프레임을 던지면 자칫 '이슈를 이슈로 덮으려 든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국론을 모아 정권교체를 이루자는데 힘을 모아야 할 때인데, 불리한 쪽이 판을 흔들려는 인상을 주는 것은 그 자체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30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 개 식용 금지에 찬성한다는 내용이었으나 논란이 거세지자 글을 내렸다. 홍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30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 개 식용 금지에 찬성한다는 내용이었으나 논란이 거세지자 글을 내렸다. 홍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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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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