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뒤집어보면 사람은 사단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주지하다시피 맹자는 사람은 본래 착하게 태어났다고 믿었다. 사람이 혼돈에 휩싸이고 악을 범하는 것은 마음을 바로 갖지 못한 데 기인한다고 보았다. 맹자 정치사상의 핵심인 왕도정치는 사람의 본성이 선하기 때문에 통치자도 선정을 베풀면 천하가 태평해진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수오지심은 나와 남의 동반 선(善)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실천도덕의 상제(相制)라 할 수 있다. 나의 옳지 못함을 고치는 데에 그쳐서는 안 되고 남의 옳지 못함도 아울러 고쳐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이 내포돼 있다. 남의 옳지 못함을 지적하기 위해서는 내게 옳지 못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수오지심은 나로부터 출발하는 마음 수양법이다. 마음의 수양을 학문의 기본과 목적으로 보았던 퇴계(退溪) 이황(李滉)은 자신을 낮추고 겸양하는데 힘썼다. 40세 이후엔 관직을 사양했다. 그가 관직을 맡으라는 명종의 명을 거둬줄 것을 바라면서 든 다섯 가지 이유는 오늘날 서로 잘나서 관직을 맡으려는 세태에 곱씹어볼 만하다.
첫째, 어리석음을 숨기면서 벼슬을 할 수 없다, 둘째, 병자(정신적으로도)가 녹봉을 도둑질 할 수 없다. 셋째, 헛된 명성은 세상을 속이는 것이다. 넷째, 잘못인 줄 알면서 벼슬을 할 순 없다. 다섯째, 능력도 없는데 물러나지 않는 것은 안 된다. 퇴계는 있지도 않은 자신의 허물을 일일이 대며 세상을 향해 들으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내로남불, 거짓말, 권력을 이용한 비리와 부패를 스스럼없이 저지르는 공직자들이 만연한 오늘날 맹자 수오지심의 백분의 일이라도 새겨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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