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자가 그토록 집요하게 저들의 전략에 놀아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나는 국제사회가 문재인의 헛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을 변화시켜 반드시 핵폐기를 끌어내야 한다”
이인제 전 국회의원. 이인제 페이스북
이인제 전 국회의원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 의사를 밝힌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입에 침이라도 바르고 거짓말을 하는지, 아니면 엄중한 현실을 떠나 무슨 환상에 젖어 잠꼬대를 하는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고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인제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예상했던 일이지만 문재인이 유엔총회에서 또 종전선언을 주장했다"며 "종전선언을 해야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온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종전선언, 평화협정, 주한미군철수, 대남군사협박 그리고 적화통일이 저들의 일관된 통일전선전략"이라며 "어떻게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자가 그토록 집요하게 저들의 전략에 놀아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북한체제는 현대문명의 눈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 잔인한 인권탄압, 수백만이 굶어죽어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 공포통치, 그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기어이 핵무장을 추진했다"며 "그런 체제가 엄존하는 이상, 그들 스스로 핵을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래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에 대한 압박과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압박과 제재를 통해 북한체제가 본질적으로 변화를 일으키면 그 때 핵포기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라며 "그런데 대북 압박과 제재의 중심인 유엔에 가서 종전선언을 주장한다. 북에 대한 압박과 제재를 풀어버리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의원은 "나는 국제사회가 문재인의 헛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을 변화시켜 반드시 핵폐기를 끌어내야 한다"며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전술핵재배치던 자체 핵개발이던, 공포의 균형을 이루는 길 이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이 또한 미국과의 동맹의 틀 안에서 추진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하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기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018년 이후 해마다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해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도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예전 연설에서는 종전선언의 주체를 명시하지 않았던 반면, 이번에는 남북한과 미국, 중국을 포함시켜 대상을 명확히 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한과 주변국들이 함께 협력할 때 한반도에 평화를 확고하게 정착시키고 동북아 전체 번영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나는 '상생과 협력의 한반도'를 위해 남은 임기 동안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나 군 통신선 응답 거부 등 일련의 한반도 긴장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전날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