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토론서 "劉 지난 공약, 보수라기엔 좌파적" 일갈 유승민에 직격탄, 홍준표·윤석열 유탄…1석 3조 '범생이式' 토론, 국민에 몸 낮추며 차별화 '캠프 해체' 선언 후 더 곧고도 유연해진 崔 혼탁한 보수정당 내 선명성 시금석 될수도
16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자 1차 방송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16일 국민의힘 첫 대선 경선후보 토론회에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주어 없는 질문'을 던졌다. "지난 대선에 나온 공약이다.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겠다, 기업의 비정규직 고용 제한하고, 법인세 인상하겠다, 소득세 인상하고, 또 재산세를 올리겠다, 외고·자사고 폐지하고, 신규 원전 짓는 것 자제하고 단계적으로 탈원전 추진하겠다' 누구 공약인지 아시나". 윤 전 총장의 답변은 "민주당 공약 같기도 하지만 우리 당,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의 공약도 일부 있는 것 같다"였다.
이를 청취하는 입장에서도 최 전 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을 읊은 것인지 지레 짐작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최 전 원장은 "우리 유승민 후보께서 지난번 대선에서 (바른정당 후보로서) 말씀하셨던 공약이다"며 "보수 대선후보자가 밝히기엔 너무 좌파적인 색깔"이라고 했다. 조곤조곤한 말투로 예상을 깨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 시기만 다를 뿐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공통 공약했던 또 다른 '대권 재수생' 홍준표 의원도 유탄을 맞았다. 홍 의원 견제를 염두에 뒀던 윤 전 총장까지 '헛방 인증'으로 멋쩍어졌다. 최 전 원장으로선 1석 3조의 순간을 연출했다.
노회한 정치인끼리 토론회를 가지면 경쟁 후보를 곤란하게 만든 뒤 답변을 끊거나 기회조차 제대로 주지 않는 게 소위 '국룰'이건만, 최 전 원장은 거듭 다른 모습을 보였다. "최저임금은 그야말로 우리 경제의 큰 어려움을 초래한 것들이었는데 유승민 후보는 어떤 생각이시냐"며 답변 시간을 할애해줬다. '토론 강자'를 자부하던 유 전 의원은 "저는 탈원전이란 표현을 한번도 쓴 적이 없다"거나 "경제가 안 좋은 데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린 게 문제다. 2018년 모든 후보 중 제가 유일하게 그건 공개적으로 사과했다"고 해명에 진땀을 뺐다.
최 전 원장의 토론회 모두발언도 스스로를 높이는 데 주력한 7명의 후보들과 달랐다. 그는 주어진 팻말에 "저는 '우산'이다"라고 써내면서 "국민의 우산이 돼야 할 한국 정치가 오히려 국민과 청년을 우산으로 삼아왔다"며 국민들을 향해 "제가 우산이 되겠습니다. 저와 함께 '마음껏' 일하십시오.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라고 했다. 공직자가 국민의 공복(公僕)이어야 한다는 자세를 되새긴 것으로 보였다.
이외에도 최 전 원장은 후보자별로 '악플(惡 + Reply)'에 답변하는 순서에선 '범생이 정치인'이란 비유에 "모범적인 정치가 되는데, 모범생이 정치해야 될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모범생 이미지가 약점이란 지적을 태연하게 받아 넘긴 셈이다. 반면 마무리 발언에선 "잘못된 일이라면 대통령과 맞서 싸우는 사람, 감사원장으로 국정 전반을 느낀 사람 최종병기 저 최재형"이라며 반문(反문재인) 색채도 피력했다.
이날 토론회 모습은 누군가 써준 것을 읽기에 바빠 보이던 이전 모습보다 훨씬 유연하면서도 곧아졌다. 최 전 원장은 지난 14일 밤 갑자기 대선주자로선 전례 없는 '캠프 해체'를 선언하면서도 '대선 하차'는 아니라고 해 많은 이들의 의문과 우려를 샀다. 캠프 내부는 이미 전·현직 의원 상당수가 떠난 가운데, 일괄 물갈이로 '붕 뜬' 분위기라는 후문이다.
다만 최 전 원장은 만 이틀도 안 된 16일 오전 잠행을 깨고 상속세 전면 폐지 공약을 '깜짝 발표'했다. 캠프를 털어내고 단기필마 정치를 결심한 핵심 계기 중 하나가 이 상속세 폐지 공약이었다고 한다. 최 전 원장은 "국민 개인의 사유재산권 존중"을 외쳤다. 정치공학과 너무나도 동떨어져 기성 정치인들이 혀를 내둘렀을 만도 하다. 그래서 최 원장의 캠프 해체는 최 원장의 선친 고(故) 최영섭 대령이 최 원장에게 유언했다는 다음 말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단기출진(單旣出陣) 불면고전(不免苦戰) 천우신조(天佑神助) 탕정구국(蕩定救國). '홀로 출전하면 고전을 면치 못하나 하늘이 도와 나라를 구한다'라는 의미다.
최근의 최 원장의 폭탄선언들은 토론회 활약까지 맞물려, 떠나는 참모진도 비꼬던 '최재형다움'을 오히려 여론이 주목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 그를 두고 일각에선 "울트라 라이트(Ultra-right)"라며 나치식 전체주의에나 어울릴 '극우(極右)몰이' 구태를 반복하지만, 최 전 원장은 끄떡도 않을 것 같다. 그 '최재형다움'이 보수정당에 빈곤하고 혼탁한 이념 노선의 '시금석'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앞으로 그의 불확실성보단 잠재력에 초점을 맞춰도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