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이 올해 출시한 저도수 주류 순하리 레몬진과 클라우드 하드셀처. <롯데칠성음료 제공>
주류업계가 '먹기 쉬운' 저도수 트렌드를 겨냥한 신제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진하고 도수가 높은 무거운 술보다는 편하게 마실 수 있고 달콤한 술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대표 맥주 브랜드인 클라우드의 도수를 낮추고 망고향을 넣어 달콤한 맛을 더한 '클라우드 하드셀처'를 출시했다. 소비자들이 낮은 도수, 낮은 칼로리, 저당 주류를 선호한다는 분석에 따른 'MZ 맞춤형 신제품'이다.
롯데칠성은 지난 5월에도 알코올 도수가 4.5도, 7도에 불과한 과일탄산주 '순하리 레몬진'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이트진로 역시 꾸준히 저도수 주류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경남제약과 콜라보한 '이슬톡톡 레모나'는 소주 베이스 제품이지만 도수가 3도에 불과하고 빙그레와 손잡고 내놓은 '메로나에이슬'도 기존 과일 소주보다 낮은 12도다. 오비맥주는 미국 캘리포니아산 칵테일을 들여왔다. 캘리포니아 컷워터 스피리츠의 캔 칵테일 '컷워터' 4종을 출시한 것.
신제품뿐만 아니라 기존 제품들 역시 도수를 차근차근 낮춰가고 있다.
'저도수 소주'의 대표주자인 처음처럼은 올해 1월 16.5도 소주를 선보였다. 기존보다 0.4도 낮춘 '초저도수 소주'다. 처음처럼이 16.5도가 되자 기존 16.5도였던 '처음처럼 순'은 16도로 도수가 더 낮아졌다. 하이트진로도 지난달 기존 16.9도였던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를 16.5도로 낮췄다. 참이슬 후레쉬는 지난해 5월에도 17도에서 16.9도로 도수를 0.1도 낮춘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16.9도로 출시됐던 진로의 도수를 16.5도로 낮추기도 했다.
두 소주 브랜드의 대표 소주 상품이 16.5도로 통일되며 '마셔도 취하지 않는' 트렌드는 더 강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젊은층의 저도수 선호와 함께 코로나19가 불러온 혼술·홈술 트렌드도 '안 취하는 술' 만들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집에서 가족과, 혼자 술을 마시는 문화가 정착하면서 쉽게 취하지 않고 숙취도 적은 저도수 주류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마시기 편한 달콤한 과일향 주류 판매가 늘고 한동안 정체했던 와인 판매량이 다시 급증하는 것도 이같은 요인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한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주류업계의 '저도수'화는 계속될 것"이라며 "순한 소주·달콤한 탄산주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이 다시 독주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