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경마 경기를 하고 있는 한국마사회가 적자가 커지자 자구책으로 정부에 '온라인 마권' 허용을 촉구하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무(無)대응'에 부실 규모가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월 23일 이후부터 사실상 개점 휴업에 들어간 마사회는 작년 역대 처음으로 436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현재는 수년간 모아둔 이익잉여금도 바닥이 나 결손 상태로 돌아섰다. 연간 8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던 경마산업이 코로나로 1500억원 대로 주저앉았다.
7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마사회는 2019년까지 2266억원의 이익잉여금이 있었지만, 작년부터 수입이 없는 경마를 진행해오면서 작년 말 3432억원의 결손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마사회는 지난 8월 이사회에서 처음으로 2000억원 자금 차입 계획안을 발표했다. 오는 4분기부터 정규직 직원 월급을 비롯해 운영비를 모두 차입금에 의존하는 경영이 현실화한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차입 경영으로 마사회 부채 규모는 갈수록 더 커질 전망이다. 마사회는 오는 11월부터 가용자금이 바닥나고, 올해 4400억원 가량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사회는 경마 매출 회복을 위해 경마 경기를 온라인으로 보고, 마권도 온라인으로 구매해 '베팅' 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농림부에 작년부터 도움을 요청했다. 마사회는 사실상 온라인 경마를 위한 전국 시스템이 거의 갖춰져 있고, 사실상 정부의 허가만 나면 바로 시행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농림부는 '사행성 조장'과 '개인정보 유출' 등의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같은 농림부 반대에 마사회는 사행성 확대문제, 청소년 접근과 타인 명의 도용을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방안 등 세부 방안을 제출했다. 그래도 농림부는 여전히 '노(N0)'만 외치고 있다.
그 사이 문화체육관광부가 관장하는 경륜·경정은 올해 5월 온라인 발매가 법제화돼 지난달부터 온라인 베팅 서비스가 시작됐다. 홍기복 마사회 노조위원장은 "하나의 정부에서 사행산업을 바라보는 정부 부처의 시각이 제각각"이라며 "부처에 따라 정책 방향이 정반대로 형성되는 현 상황에 절망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규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복권과 스포츠토토 등은 이미 2010년대 중반부터 온라인으로 이용하고 있을 정도로, 정부 주관 사행성 사업의 디지털화는 생소한 모습이 아니다. 하지만 유독 농림부만 경마의 디지털화에 반대를 고집하고 있다. 농림부가 극구 반대하는 배경에는 마사회를 향한 부정적 시각이 깔려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현 김우남 마사회장이 직원 욕설 논란으로 정직을 당해 비상경영을 하고 있는 마사회에 '온라인 경마'라는 사회적 논란 거리를 만들지 말라는 '공무원 보신주의'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김현수 농림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농림위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사행산업으로 생길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대비 장치가 되어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며 "코로나로 인해 마사회가 어려워 탈출구로 온라인을 한다는 이런 방식으로 국면을 돌파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범수 농림부 축산정책국장은 지난 6월 온라인 마권 입법과 관련해 "(마사회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경마를 도입하면 마사회가 충실히 준비하고 관리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산하기관의 부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농림부는 마사회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한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말 축산농가 관련 인력 2만4000여명을 비롯해 마사회 직원 1200명, 경마장 주말 계약근무자 5000여명 등 3만 여명이 생계를 걱정하는 상태에 놓였다. 특히 경주마를 생산하는 축산농가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약 57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2살 경주마를 키우는데 보통 3000만원 이상이 드는데, 경마 경기가 줄면서 모 축산농가는 말 한마리에 10만원에 넘기는 상황까지 가고 있다"고 말했다. 말 축산농가들은 "더이상 버티기 힘들다"며 세종 농림부 앞에 말을 끌고가 항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사회 직원들은 무급 휴가를 검토하고 있다. 경마로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를 떼 매년 1000억원 가량을 제공하는 축산발전기금도 작년부터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농림부는 어떤 대책도 없이 마사회에 축산발전기금 납부를 요구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홍기복 마사회 노조위원장은 "영국, 프랑스, 호주, 미국, 일본, 홍콩 등 우리나라보다 코로나19 방역 역량이 떨어지는 나라에서도 이미 온라인 마권을 허용하고 있다"며 "그러나 국내에선 합법적 경마를 멈춘 사이 불법 경마가 성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 한국마사회 노동조합이 내건 현수막이 걸려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