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급망 재편 계획이 국내 업체에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중심의 전기차 벨류체인에 대한 위기감이 공급망 재편의 주 요인인 만큼, 국내 기업들이 현지화를 앞세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현지화에 따른 배터리 수출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시장 활성화와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신흥시장 공략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7일 '2차전지 공급망 변화에 따른 기회와 도전과제'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무협 측은 주요국의 공급망 재편의 주 요인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배터리 원자재 채굴부터 모듈·팩 제조까지 모든 가치사슬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의 지위가 커지면서, 이에 따른 미국과 유럽 등의 불만과 위기감이 공급망 재편의 주 요인이라고 꼽았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배터리 4대 핵심소재 생산국별 비중에서 중국은 양극재 53%, 음극재 78%, 분리막 66%, 전해질 62%의 점유율을 기록해 모두 절반을 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합산 점유율에서도 중국에 밀리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은 거의 생산 인프라가 없는 실정이다.

전기차와 배터리 셀 시장에서도 강력한 내수 시장을 앞세운 중국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다보니 미국의 경우 전체 배터리 수입의 43.4%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EU(대중국 수입비중 25.7%)도 마찬가지다.

보고서는 "배터리의 경우 한·중·일 3국이 주도하고 있어 (미국과 EU 등이)리쇼어링할 기업이 없고 단기간에 수요를 충족하기도 어렵다"며 "우리나라는 공급망 재편에 나선 국가·완성차 기업들과 자유무역협정(FTA), 배터리 제조 파트너십을 맺으며 신뢰와 협력관계를 구축해왔기 때문에 경쟁국보다(공급망 재편에 참여하기) 유리하다"고 언급했다.

보고서는 아울러 우리 정부와 기업이 풀어야 할 과제로 안정적인 원료 공급선 구축, 국내 배터리 생산·수출 감소 우려 불식을 위한 내수시장 활성화, 신흥국 전기차 보급에 맞춘 시장 진출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양극재용 원자재인 수산화리튬의 경우 2012년 이후 수입량은 2.3배 증가했지만 수입액은 약 4.6배 상승하며 국내 배터리 업계의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조성대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19세기까지는 황금(골드 러시), 20세기는 석유로 대표되는 에너지 자원(오일 러시)을 쫓는 시대였다면, 기후변화와 포스트 팬데믹이 화두가 된 21세기는 유·무형 자원을 놓고 데이터와 배터리 러시가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라며 "규모의 경제로 압도해야 하는 배터리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국가 간 우호관계 형성과 완성차·배터리 기업 간 파트너십을 다지는 노력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한국무역협회 제공>
<한국무역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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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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