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중개보수 수수료 인하 결정이 부당하다는 중개업계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정부인가요? 힘없는 국민을 짓밟는 정부인가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중개업계의 현실은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중개보수를 반값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11만여 명의 공인중인개사 중 간이과세자(연 수입 4800만원 이하)가 60%에 달하고 여기에 사무실 등 운영비를 제외하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중개업소가 50%가 넘는데 중개보수를 인하한다면 생업을 포기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토교통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공인중개사를 국민으로 생각한다면 최소한 국세청의 소득 자료를 토대로 실태를 파악하고 외국의 중개보수 현황 등의 검토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협상 과정을 거쳐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중개거래 물량의 증가로 공인중개사의 소득이 증가해 국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개 보수를 인하한다고 했는데, 매물 잠김 현상으로 수개월간 월세도 못 맞춰 투잡으로 버티는 공인중개사가 다수"라며 "집값이 내려가면 중개보수를 인상하는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을 위한 정부라면 공인중개사 보수만 인하할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보수 기준을 정하는 의료보험료, 전기료, 공무원 보수 등 모든 직종의 요금 등과 보수도 인하해 국민의 부담을 줄여 주는 것이 합당한 일임에도 왜 공인중개사만 희생물로 삼아야 합니까?"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인중개사 중개보수 인하가 과연 합당한 결정인지 아니면 힘없는 공인중개사의 생존권을 짓밟고자 하는 것인지 공인중개사들의 현실을 파악하고 중개보수 인하를 중단해달라"고 호소했다.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는 중개보수 인하 결정을 재고해달라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국토부가 지난 2일 홈페이지에 올린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 게시 글은 공개된 지 5일 만에 조회 수가 3만6000여 건을 넘어서고 의견이 650개 넘게 달렸다. 대부분이 중개보수 인하에 반대한다는 내용이다. 댓글에는 "공인중개사도 국민인데, 책임은 2∼3배 높이고 수수료는 낮추라니…보호받지 못하는 국민이냐", "부동산 가격 떨어지면 중개보수 올려줄 거냐", "집값을 공인중개사가 올린 게 아니다"라는 등 불만이 쇄도했다.
중개업계는 생존권을 보호해주지 않으면 대정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아파트 가격 시세만 오르고 매물과 매수 수요가 없어 문 닫는 공인중개사무소가 늘어나고 있는데도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비난의 화살을 공인중개사들에게 떠넘긴다"라며 "생존권을 위협받고 억울해 정부의 일방적인 중개보수 개편 안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투쟁하겠다"라고 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8월 1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열린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중개보수 인하 반대 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가 "할복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음료수병으로 본인의 머리를 내리치자 동료가 말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