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월간객석 발행인 
김기태 월간객석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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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녀온 최근 독주회 중 인상 깊었던 공연이 있어서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제1바이올린 부수석으로 재직중인 주연경의 독주회였습니다. 저는 항상 젊은 연주자들에게 해설이 있는 음악회, 청중을 배려하는 음악회를 줄기차게 요청해왔는데요, 이러한 제 외침보다 한 수 위인 뛰어난 기획력이 돋보인 공연이었습니다.

7월 30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있었던 독주회의 1부는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바흐의 무반주 파르티타 2번 BWV1004였고, 2부는 다소 생소한 막스 레거의 바이올린 소나타 Op.91-7과 로만체였습니다.

사실 큰 기대 없이 앉아 있었는데요, 주연경이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 나오더니 무대 뒷면을 배경으로 연주할 두 대의 악기와 활의 사진이 비추며 연주자 스스로 명쾌한 해설을 시작했습니다. 공연에서 연주할 바로크 양식의 바이올린과 모던 바이올린의 차이점 및 각 활에 대한 설명은 물론 바흐의 사진과 곡에 대한 해설 자막을 띄우면서 설명하는 게, 마치 기업에서 소비자에게 행하는 훌륭한 프리젠테이션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독주회에서 청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간간이 곡 설명하는 것을 보아왔는데, 이렇게 완벽한 준비와 사진을 통해 설명하는 것은 거의 처음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저에게는 생소한 막스 레거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연주자의 해설이 훌륭한 길 안내를 해주어 새로운 음악을 접해볼 수 있었지요.

두 번째 공연은 지난 8월 10일에 있었던 소프라노 양귀비의 독창회(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였습니다. 독일 켐니츠 극장의 소속 가수로 활동하던 그녀가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전임교수로 채용된 뒤 처음 선보인 공연이었습니다.

그녀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브렌타노 시에 의한 가곡', 뫼싱어의 '마리에뜨를 위한 노래', 토마스의 오페라 '햄릿'의 아리아, 스카를라티의 '나폴리에서 온 3개의 노래', 빌라-로보스의 '아마존의 숲에 의한 가곡', 거슈윈의 '섬머타임'을 노래했습니다.

이 노래들에 담긴 비밀이 있는데 무엇일까요? 그녀는 한 무대에서 독일어(슈트라우스), 프랑스어(뫼싱어·토마스), 이탈리아어(스카를라티), 포르투칼어(빌라-로보스), 영어(거슈윈) 등 5개 국어로 노래를 했던 것입니다. 마치 음악을 통해 만나는 언어사전 같은 느낌이었는데, 다양한 언어와 주제로 엮어내는 노래가 재밌는 여행의 묘미를 느끼게 하더군요. 또한 공연 노트에 노래 가사를 한국어로 번역하여 게재한 자상함도 돋보였습니다.

두 음악가가 관객을 위해 배려한 '해설'(주연경)과 '번역'(양귀비)이 빼어난 연주 못지 않게 감동을 주는 공연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 프로그램북을 다시 들춰보는 순간, 작은 '아쉬움'이 느껴지더군요. 바이올리니스트 주연경의 프로그램북에서 그 아쉬움이 조금 더 크게 느껴졌는데요, 청중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공연이었던만큼 작곡가의 이름과 곡목까지 우리말로 적혀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청중의 대부분은 영어나 다양한 국적의 음악가들 이름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높은 교육을 받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관객들은 익숙치 않은 작곡가와 작품명이 절반 이상이었으니까요.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프로그램북은 공연 시작 얼마전 티켓을 찾으면서 현장에서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읽을 시간이 늘 부족합니다. 공연장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읽고 싶어도 공연장 내의 어두운 조명으로는 그 글자가 훤히 비추지도 않지요. 저처럼 '클알못'인 관객이 부담 없이 클래식 음악으로 빠져들 수 있는 세심한 배려가 있었으면 하는 것이 저의 솔직한 마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두 공연을 보고 내심 기뻤습니다. 음악가들이 청중을 배려하는 마음은 이제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될 테니까 말이죠. 더불어 두 음악가가 보여준 성의있는 기획과 배려는 소문을 통해 멀리 퍼져야 하고, 음악가들에게 모범이 되어 또 하나의 독주회 스타일로 안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클래식 음악 인구를 지속적으로 늘리기 위해선 연주자가 직접 나서는 것보다 효율적인 방법은 없을 테니까요.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올 가을에는 많은 공연이 열릴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이런 '친절한 음악회'를 꼭 한번 찾아주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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