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랜디스도넛·노티드도넛 등이 MZ세대의 '힙 플레이스'로 떠오르는 가운데 지난 20여년간 국내 도넛 시장을 선도했던 던킨이 반등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지붕 두가족' 배스킨라빈스가 고공행진하는 사이 격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플래그십스토어 등을 통해 반등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비알코리아의 던킨 부문은 지난해 매출 1627억원을 올리며 전년 대비 9.2%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07년 1320억원 이후 최저치다.
크리스피크림도넛과 함께 국내 도넛 시장의 양대 산맥이었던 던킨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 연속 매출이 뒷걸음질쳤다. 2019년 도넛 대신 음료를 부각시키기 위해 사명을 '던킨'으로 교체, 매출도 소폭 반등했지만 1년 만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같은 기간 배스킨라빈스는 눈부신 성장세를 이어갔다. 2010년만 해도 배스킨라빈스는 던킨보다 매출이 적었다. 하지만 2011년 역전에 성공한 뒤 연평균 9%대 성장률을 기록, 지난해엔 매출 4896억원으로 5000억원 돌파를 목전에 뒀다. 비알코리아를 이끌던 던킨이 셋방살이 신세가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도넛이 최대 경쟁력이었던 던킨이 스스로 강점을 버리고 커피·음료와 핫밀 등 식사대용식을 키우려고 했던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이미 스타벅스 등 강력한 선점자가 있는 상황에서 차별화 전략 없이 방향성을 바꾸며 소비자들이 떠나갔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랜디스도넛이나 노티드도넛 등은 다양한 시그니처 도넛을 갖추고 '도넛이 맛있는 집'으로 마케팅한 것이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메뉴'를 찾는 MZ세대의 트렌드에 부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던킨도 지난달 강남에 플래그십 스토어 '던킨 라이브'를 열고 시그니처 메뉴를 선보이며 다시 한 번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 다니는 '미식 노마드족'을 겨냥해 에그 베네딕트 도넛, 대파 크림치즈 도넛 등 특색 있는 도넛을 매장에서 직접 만들어 서빙하는 컨셉트를 내세웠다.
이를 통해 기존의 '뻔한 맛 도넛' 이미지를 탈피하고 프리미엄 도넛 전문점으로 자리잡겠다는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디저트 문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한동안 '건강에 나쁜 음식'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외면받았던 도넛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며 "예전과 달리 가격대가 높더라도 비주얼과 맛에서 만족도를 줄 수 있는 '프리미엄 도넛' 중심 시장이 생겨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