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수(가운데) 민주노총 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2일 새벽 기습 작전으로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을 전격 구속하자, 민주노총은 이날 정부 조치를 '전쟁 선포'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정관계가 급속히 냉각될 전망이다. 오는 10월 20일로 예정된 총파업을 앞두고 민주노총이 진퇴양난의 곤경에 처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경찰청 7·3 불법시위 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5시 28분께 민주노총 사무실이 입주한 중구 정동 경향신문 사옥에 경력을 투입, 영장을 집행했다.
지난달 13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 20일 만이다. 1차 구속영장 집행 시도가 무산된 이후로는 15일 만이다.
경찰은 진입 40여 분 만인 오전 6시 9분께 양 위원장의 신병을 확보했다. 이날 집행에는 40개 부대, 3000명의 병력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위원장의 신병이 경찰에 넘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양 위원장은 올해 5∼7월 서울 도심에서 여러 차례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감염병 예방법 위반 등)로 지난달 13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양 위원장은 오전 6시 29분께 경찰과 함께 사옥에서 나와 호송차에 탑승했다. 영장 집행 소식에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사옥 진입을 시도하면서 경향신문 사옥 인근 도로와 사옥 출입구 등을 통제하고 있는 경찰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양 위원장의 구속으로 오는 10월 20일 예정된 민주노총의 총파업일정에도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양 위원장은 호송차에 오르기 전 "10월 총파업 준비 열심히 해주십시오"라고 당부했고 민주노총 역시 이에 입장문을 통해 "총파업 매진"으로 화답했다. 민주노총은 양 위원장 구속은 "문재인 정권의 전쟁 선포"라며 "강력한 총파업 투쟁의 조직과 성사로 갚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조합원 80여 명은 경찰에 몰려가 석방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양 위원장 구속으로 현장의 파업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총파업에 대한 민심이반 현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가맹·산하 조직에서는 총파업 투쟁과는 다른 흐름이 보이고 있다. 공공 의료 확충 등을 내걸고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던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새벽 보건복지부와 극적으로 교섭을 타결해 파업을 철회했다. 정부는 노조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했다.
앞서 기아 노조는 최근 사측과 10년 만에 파업 없이 임금·단체협약을 타결했다. 민주노총의 핵심인 현대차 노조도 지난 7월 3년 연속으로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뤘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로 대규모 집회 등 기존 방식의 투쟁을 조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노정 관계가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취임 초기부터 선명한 투쟁 노선을 견지해온 양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노정 교섭을 시도해왔다. 하지만 정부의 양보를 얻어내지는 못했다.
양 위원장은 지난 6월에는 김부겸 국무총리도 만났지만,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번 10월 총파업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완력'을 내세운 현 집행부의 경직된 태도가 10월 총파업을 앞두고 진퇴양난의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