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더 이상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주장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제기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부동산 문제, 더이상 해결하려 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결혼 3년 차로 육아휴직 중인 30대 맘(Mom)이라고 소개한 청원인 A씨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때문에 지금 살고 있는 전셋집에서 언제 쫓겨날지 몰라 불안하다"며 "이제 겨우 기어 다니기 시작하는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빨리 회사에 복귀해서 돈 벌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월급으로 내 집 마련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도, 신용대출도 막겠다고 하니 월급이라도 모아야 반지하에라도 내 집을 마련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결혼할 때 내 집 마련하게 해주겠다.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말들을 철석같이 믿고 헌 아파트라도 사지 않은 제 자신이 바보 같고 집도 없는 부모 밑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미안하다"고 설명했다. 또 "저희집 뿐만 아니라 사이좋던 부부들도 집 얘기만 나오면 인상을 찌푸리고 언성이 높아진다는데 정부는 국민의 이야기를 듣겠다더니 어떤 분들 이야기만 듣고 계시는지 모르겠네요"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시겠다고 내놓는 정책마다 서민을 더 힘들게 하고 궁지로 몰아넣으니 이제는 그냥 문제를 해결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그냥 부동산 정책 내놓으시기 전으로 다 되돌려 놓아주시면 더욱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30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 가격은 0.40% 올랐는데, 한국부동산원이 주간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7월 중순부터 7주 연속(0.36%→0.36%→0.37%→0.39%→0.40%→0.40%→0.40%) 최고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이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 인상하는 등 돈줄을 조이고 있지만,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30일 경기도 의왕과 군포, 안산 경계지와 화성 진안에 신도시급 신규택지를 조성하는 내용의 공공택지 추가 입지를 발표했지만 인근 지역의 집값은 더욱 들썩거리고 있다. 전세 물량 부족으로 인한 전셋값 상승도 전국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19%에서 이번주 0.20%로 상승 폭이 확대됐다.
집값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자 무주택자들은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무주택자들은 최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분석한 '왜 집값은 폭등했는가?' 온라인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 집값을 하락시킬 기회를 놓쳤으며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인하해 주택 투기를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집값 하락 의지가 있었다면 3기 신도시 등 수도권에 공급될 주택의 분양가를 현재 시세의 절반으로 결정하겠다고 공개 약속했어야 한다"며 "그러면 실수요자들이 폭등한 가격에 집을 사지 않고 분양을 기다릴 것이고 집값은 안정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금이라도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 특혜를 폐지한다면, 전국 160만채 임대주택이 매도로 나오고 집값은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원상회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주택 공급을 등한시하고 투기 수요 억제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이 현재의 집값 불안을 야기했다"며 "여야 대선 후보 모두에게 무주택자들의 이같은 외침이 하나의 울림 있는 메시지로 전달되고, 그것이 구체적인 공약으로 이어진다면 최적의 대안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