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제2의 창업 전성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의 분석에 따르면, 신규 창업기업의 수는 2000년대 초반 벤처붐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창업기업을 국가 성장동력과 청년 일자리 창출의 원천으로 바라보면서 적극적인 창업지원 정책을 펴고, 아울러 성공한 창업가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도 개선되면서 실패의 두려움을 딛고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창업에서 혁신형 기술창업기업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일반 창업기업에 비해 매출과 고용 성과가 우수한 기술창업기업의 증가로 우리나라의 창업 생태계가 질적으로도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창업기업에 있어 지식재산권(지재권)은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 창업자들이 자신의 창업 아이디어와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특허와 같은 지재권을 중요시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오히려 적지잖은 이들이 지재권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국내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서 많은 수의 기업들이 지재권이 창업 결정이나 매출 확대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는 창업자의 입장에서는 당장의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돈만 드는 지재권에 신경 쓰는 것보다는 제품 개발이나 시장 확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지재권만으로 창업기업의 사업성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사업 성공이 보장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창업 아이템의 수익성이 확인되고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를 때 비로소 지재권은 사업 성공에 따르는 필연적인 경쟁으로부터 자신의 사업을 보호하고 후속투자를 이끌어 내는 필수적 수단으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지재권의 효용성에 대한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재권은 여전히 창업기업에게는 제도상 가장 강력한 보호수단이다.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우수한 창업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 미국이 가장 강력한 지재권 보호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중국 역시 2015년 정부 보고서를 통해 지재권 보호 강화를 통해 창업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여기서, 창업자들이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단순히 지재권을 확보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내 사업이 보호될 것이라는 오해는 피해야 한다. 전투를 앞둔 장수가 미리 무기를 잘 갈고 닦아 다가올 싸움을 준비해야 하는 것처럼, 지재권 역시 자신의 사업 내용과 시장의 변화를 살피며 잘 다듬어 두어야 한다. 녹슨 지재권은 막상 분쟁이 생겼을 때 오히려 불필요한 비용과 노력, 시간만 낭비하는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꽤 오래전 자신의 사업 아이템이 대기업에 도용당했다고 주장하는 창업자가 필자에게 도움을 청하러 온 적이 있었다. 오랜 기간의 특허소송 과정에서 많은 비용을 쓰고도 대법원에서 패소해 버린 상황에서 어떻게든 결과를 뒤집고 싶은 절박한 그 심정은 이해가 됐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전문가와 함께 특허를 좀더 잘 준비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씁쓸함이 남았었다.
성공을 바라는 창업자라면, 평소 지재권 전문가를 가까이 했으면 좋겠다. 이러한 지재권 전문가는 창업기업에겐 '주치의' 같은 존재일 것이다. 주치의는 환자가 병을 미리 예방할 수 있도록 조언해 주고, 병이 생기면 최선의 치료 방법을 통해 환자의 치료를 돕는다. 지재권 전문가 역시 창업자가 미리 양질의 지재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고, 지재권 분쟁과 같은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최선의 전략으로 대응할 수 있게끔 적절한 도움을 줄 것이다.
창업자는 평소의 작은 투자가 나중에 닥칠 큰 손실을 예방할 수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ETRI는 최근 연구원 특허전략을 수립하면서 창업기업 지원 육성을 중요한 목표의 하나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그동안 ETRI가 확보해 온 지재권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전문가들을 통해 연구원 창업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ETRI가 창업기업의 든든한 '지재권 주치의'로서 이들의 성장과 함께 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