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중도·탈문·호남인사들 주축 지지단체 '공정개혁포럼' 창립식 참석 "공정·상식·정의, 무너졌기에 시대정신 된 것…사회의 '껍데기'만 갈아선 안 돼" "자유민주주의는 설계된 이념 아닌 지속가능하기 위한 상식체계로서 강조한다"
국민의힘 제20대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복합문화공간 KOTE에서 열린 공정개혁포럼 창립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제20대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지하는 중도·탈문(脫문재인)진보 성향 인사들의 외곽조직 '공정개혁포럼'이 1일 출범했다. 윤 전 총장은 그동안 '공정'과 '상식'을 표어로 내세워 온 배경을 표면적인 준법·내로남불 논란에 국한하지 않고, "우리 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모든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공유하는 현실적인 정서, 윤리규범이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설파했다.
윤석열 캠프 내 정책 싱크탱크인 미래비전위원회 위원장인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와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공동대표를 맡은 공정개혁포럼은 이날 서울 종로구에서 창립기념식을 열었다. 공정개혁포럼 발기인으로는 200여명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은 포럼 축사에서 "많은 분들이 지금 시대정신이 공정과 상식이라고 말씀하고 계신다"고 운을 뗀 뒤 "공정·상식이 시대정신이 된 것은 이것이 무너져서 우리 사회가 이대로는 더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위기감'이 있기 때문이고, 오늘 이 자리에 여러분이 모이신 이유가 바로 그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수년 전 미국 워싱턴D.C. 법무부에 출장 간 적이 있는데, 법무부 메인빌딩 본청사 현관 상단에 이런 글이 써있었다. 'justice alone sustains society(오직 정의만이 우리사회를 지속시킨다)' 그 말이 주는 의미가, ('정의론'을 제시한 미국 철학자) 롤스가 '정의는 곧 공정'이라고 했는데 같은 뜻일 것"이라며 "정의·공정·상식이란 것은 우리 사회를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주는, 모든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공유하는 윤리요 규범이요 현실적인 sentiment(정서), 가슴에 담겨있는 생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피카소의 '게르니카(에스파냐 내란을 주제로 전쟁의 비극성을 표현한 피카소의 대표작)' 등 위대한 작가의 작품을 보고 거기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 또 시공을 초월해 100년의 차이가 있는데도, 공간적으로 지구 이쪽 끝과 저쪽 끝에 있는 사람들이 공감하고 문화적 가치를 인정하는 이유는 같은 정의감과 윤리의식이라는 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며 보편적인 공감대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정·상식이 무너졌다고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이런 방식으론 지속 가능하지 않게 됐다는 걸 말한다. 껍데기는 갈 수 있겠지만, 우리 사회가 가진 문화적·문명적 가치가 전부 허물어져 있다"며 "사람이 죽지않고 산소호흡기로 연명한다고 해서 그걸 '지속 가능한 생명을 갖고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총장직에까지 올랐지만 여권의 통치 과정에서 '사회의 지속 불가능성'을 느껴 돌아섰고 대권 도전까지 직행했다고 털어놓은 셈이다.
국민의힘 제20대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오른쪽 네번째) 전 검찰총장이 1일 서울 인사동 복합문화공간 KOTE에서 열린 공정개혁포럼 창립기념식에서 공동대표인 김영환 전 의원,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윤 전 총장은 "저 역시도 정치라는 것을 지금껏 살아오면서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국민의 부름, 호출에 나왔다"며 "더 이상 이런 식의,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상태로 우리 사회가 정상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고 또 '우리 후대에 물려줄 것이 없는 사회'가 될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감때문에 저도 정치에 발을 디디게 됐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가 성장과 복지라고 하는 문제를 놓고 '어느 게 우선이냐'는 논쟁도 그동안 많이 해왔다. 이건 전부 좋은 시절, 아름다운 시절의 얘기였다. 공정·상식이 지켜질 때엔 성장이 먼저냐 복지가 먼저냐 그런 논쟁 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런 논쟁을 할 여유도 없을 만큼 이런 위기상황에 닥쳤다"고 밝혔다.
이어 "이것을 어떤 분들께서는 '국가 안보' 문제로 보시고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과연 지켜질 수 있는 것인지' 불안감 갖고 계신 분, 또 어떤분들은 '대체 우리가 경제적으로 최소한의 행복을 누리면서 살 수 있는 여건이 지속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 다양한 각도에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위기감을 다 갖고 계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유민주주의라는 것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다"면서 "어떤 사회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 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의 형태가 바로 자유민주주의인 것"이라며 "누가 이념으로써 설계해서 만들어낸 개념이 아니라 수백년 세월을 거쳐가며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이 조금씩 변해가면서 자연스럽게 등장한 우리의 상식의 체계가 된 것"이라고도 했다.
사실상 자생(自生)적 질서 존속을 강조한 것으로, 윤 전 총장은 "제가 자유민주주의를 주장하는 게 어떤 '만들어진 이념'을 강조하는게 아니라 역사와 상식의 문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성장' 구호를 구태여 강조하지 않는 배경으로 "사회가 조금씩이라도 성장하고 번영을 구가하지않으면 지속 가능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사회가 조금씩이라도 성장·발전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의 차원"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오늘 제 개인적으로도 정말 존경하는 교수님들, 우리 시민운동가들, 이런 분들께서 모이셔서 공정개혁포럼을 만드시고 저도 불러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며 "어떤 특정 정치세력의 집권을 위한 포럼이 아닌, 우리 사회 위기를 상식을 통해서 해결책 찾아보고 국민이 행복한 사회를,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앞으로도 꾸준히 공감하는 유대를 더 확대하고 발전시키자"고 말했다.
나아가 "우리 국민에게도 상식이라는 튼튼한 동반자가 자리 잡아서 어떤 사술(사악한 술책)이 끼어들지 못할 만큼 우리 국민이 정말 우리 사회의 공정·상식,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공감대를 제대로 갖고 위기를 잘 해결해 나가고 돌파할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하는 포럼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정말 오늘 이런 포럼이 출범하게 된 것에 깊은 안도와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격려했다.
한편 포럼 공동대표인 김 전 장관은 "아침에 진보였던 사람이 저녁엔 보수일 수도 있다"며 "진영 논리를 깨부수고 실용 정치의 길로 가는 지도자를 세우자"고 윤 전 총장에게 힘을 보탰다. 그는 김대중 정부에서 직을 수행하고 민주계 정당에서 4선(選) 국회의원을 지냈으나, 2016년 더불어민주당 탈당 이후 노선을 전환해 옛 국민의당·바른미래당·미래통합당 순으로 이적한 대표적 탈문 인사로 분류된다.
이외에도 최근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한 오제세 전 4선 의원과 '민주당 최장수 대변인' 타이틀을 지닌 유종필 전 관악구청장, 캠프 정무특보인 김성호 전 새천년민주당 의원 등이 포럼 발기인 명단으로 이름을 올렸따. 옛 국민의당에서 호남 지역 인사들 중심으로 분화한 민주평화당 출신 김종구 전 최고위원과 손동호 전 정동영 대표 비서실장 등도 함께했다. 민화협(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광주·전남 공동대표인 윤택림 전 전남대병원장, 김대중평화캠프 임한필 사무처장 등 다른 호남 지역 인사들 역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