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604조4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국가예산이 600조원을 넘긴 것은 사상 처음이다. 31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하고 국회에 제출하기로 의결했다. 내년 예산은 올해 본예산보다 8.3% 증가했을 뿐 아니라 정부 부처들이 요구한 예산에 살까지 붙여 늘린, 말 그래도 '슈퍼예산'이다. 문재인 정부 첫해 짠 2018년 예산이 428조8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규모는 4년만에 200조원 가까이 폭증했다. 이날 정부는 완전한 경기 회복과 강한 경제를 위해 내년도 예산을 확장적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4차 대유행과 신 양극화, 미래형 경제구조 대전환을 위한 탄소중립 등의 상황에 대응하고자 다시 한번 '확장재정'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생존의 기로에 서있는 취약계층의 문제를 생각해보면 확장재정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나랏 빚'이다.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은 것으로 짜여 나라 살림의 적자는 더욱 늘어나게 됐다. 확장재정의 지속으로 내년 국가채무는 1068조300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50.2%에 달한다는 의미다.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어서고, GDP 대비 50% 이상이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속도도 너무 가파르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채무는 170조4000억원이었다. 이제 1000조원을 넘기게 됐으니 그 속도에 놀랄 뿐이다. 특히 정부가 대선이 있는 마지막 해까지 예산을 크게 늘려 빚 부담을 가중시킨 것은 '재정 포퓰리즘'이란 비판을 부르고 있다.

몇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재정이 튼튼한 나라였다. 하지만 현 정부 집권 4년 동안 옛말이 됐다. 최근 한국형 재정준칙을 만들어 발표하기도 했으나 이를 지키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선심성 퍼주기' 정책이 앞으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다. 실제로 내년 예산을 들여다보면 군인 봉급 인상 등 선심성 예산이 즐비하다. 국가채무는 미래세대가 짊어질 수 밖에 없다. 양질의 일자리를 주기는커녕 청년들에게 빚만 떠넘기는 꼴이 됐다. 이러다간 '재정실패 국가'가 될 수 있다. 빈 곳간 채워넣을 수 있도록 무분별한 재정팽창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어느 때보다 화급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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