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해배상제 큰 걸림돌
협의체 활동 기간 2주로 짧아
숙의·의견수렴 시간 부족 우려

윤호중(왼쪽)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오른쪽)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1일 국회 의장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하며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호중(왼쪽)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오른쪽)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1일 국회 의장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하며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언론재갈법' 논란을 빚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언론-정치 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지만, 아직 갈등 요소가 곳곳에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정치권 전문가들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가지고 있는 독소조항을 없애지 않는다면, 언제든 다시 갈등의 불씨가 살아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31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조항은 법원으로 하여금 언론 등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따라 재산상 손해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5배까지 손해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이다.

언론계와 학계 등에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전략적 봉쇄소송'으로 악용될 위험성이 다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비록 정치인, 정무직 공무원, 고위 공직자, 대기업 등 공익침해행위와 관련한 언론보도에는 적용하지 않도록 제한했지만, 피해구제 소송 남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언론의 자유를 위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언론개혁 조항이 바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다. 이에 반해 언론계가 가장 독소조항으로 꼽는 것이 이 제도다. 이 때문에 언민정(言民政) 협의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도출할 수 있을지가 의문인 상황이다.

더욱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상정일을 추석 직후인 27일로 못 박은 터라, 물리적으로 협의체 활동기간도 2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충분한 숙의와 의견수렴을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협의체 논의가 무산될 경우 9월 정기국회에서 여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밀어붙일 수 있는 명분만 제공하는 역할로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강행하는 대신 조금 더 심사숙고하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기로 한 것은 굉장히 좋은 선택"이라면서도 "27일 본회의 상정까지 협의체가 활동하기에는 매우 짧은 시간이라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협의체는 언론계가 문제로 지적한 사항이나 야당이 제기한 문제를 적극 검토해 합리적인 부분은 수용해 완성도 높은 법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언론계와 야당이 여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대체할 수 있는 법안을 제출하는 등 적극 의견 개진해 문제 조항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만약 협의체에서 합의안 도출에 실패한다면 여당 지도부의 의지가 강한 만큼, 다시 강행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야당도 협의체 생산성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적극 문제를 제기하고, 여당과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의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추진한 시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제가 불거진 직후로, 언론을 길들이기 하려 한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가짜뉴스인 유튜브 등을 손대지 않고 기존 언론사만 옥죄려 할 경우 법안 목적이 의심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수정헌법 제1조에서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는 어떤 법안도 만들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전략적 봉쇄소송으로 악용될 위험요인이 많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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