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출범 닷새 만 위원장 사퇴압박…'서병수 경준위' 땐 "결정 무시 말라"던 劉캠프 劉 "鄭, 제2 이한구 되려 하냐…윤석열 위한 불공정 룰 만들어 정권교체 실패하면 책임" 李대표 "선관위에 전권"…劉 "최고위에 결정권 있다 생각"
국민의힘 유승민 대선 예비후보가 3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소년법 폐지와 형사미성년자 연령 14세 미만에서 12세 미만으로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선거관리위원회 출범 닷새 만인 31일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정홍원 선관위원장 사퇴를 주장했다.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는 순간 공정한 경선은 끝장"이라며 "그런 식으로 경선판을 깨겠다면 그냥 선관위원장에서 사퇴하라"면서다.
유승민 캠프는 지난 11일 오신환 상황실장 기자회견에서는 이준석 당대표와 사실상 호흡을 맞추던 '서병수 경준위(경선준비위원회)' 결정에 반발하는 지도부 일각과 대선주자들을 향해서는 "(전권을 위임받은) 경준위 결정을 무시하는 행태"라며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대표가 경준위를 둘러싼 룰·월권 논란에 사과하며 정 선관위원장을 지난 23일 내정, 전권을 위임한다며 26일 출범시킨 '정홍원 선관위'에 대해선 상반된 태도를 보이는 셈이다.
유 전 의원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선관위원장을 겨냥해 "경준위와 최고위원회가 이미 확정한 경선 룰을 자기 멋대로 뜯어고쳐서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으려 한다"며 "이미 확정된 경선룰은 토씨 한자도 손대지 마라"고 경고했다. 캠프 대변인인 김웅 의원이 전날(30일) YTN라디오 '정면승부'에 출연해 "이 정도로 공정성에 이미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면 정 선관위원장은 용퇴하는 게 맞다"고 주장한 데 이어 후보가 직접 압박한 것이다.
유 전 의원은 특히 "공정한 경선이 안되면 정권교체도 물건너 간다"며 "정 선관위원장은 제2의 이한구가 되려고 하냐"고 공격했다. 자신이 지역구 공천 배제를 당했던 지난 20대 총선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던 친박(親박근혜)계 이한구 전 의원에 빗댄 것이다. 그는 "불과 5년전 2016년 총선에서 180석도 자신 있다고 큰소리 치던 우리 당은 겨우 122석을 얻고 기호 1번을 민주당에 빼앗겼다"면서 "패배의 이유는 단 하나, 청와대의 지시대로 공천전횡을 일삼던 '이한구 공관위원장'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직 윤석열 후보만을 위한 불공정한 경선룰을 만들어 경선판을 깨고 정권교체에 실패한다면, 이 모든 책임은 정 선관위원장에게 있음을 분명히 한다"며 "선관위가 특정 후보를 위한 불공정한 룰을 만들 경우 저는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정 선관위원장은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하지 않겠다는 경준위의 결정이 확정된 안이 아니라고 발언했다'는 취재진 질문에 "서병수 경준위원장에 본인이 직접 확인하라고 하라"며 "(서병수) 경준위원장이 두번이나 결정을 했고 최고위에서도 모든 경준위 사안은 그대로 결정한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유 전 의원은 또 정 선관위원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교감이 있었다는 주장을 거듭했다. 그는 "(정 선관위원장을 만났다고) 윤 후보가 시인을 했다. 그것도 굉장히 최근에 선관위원장이 되기 직전에 만난 걸로 시인을 했다"면서 "정 선관위원장의 언론 인터뷰 내용을 보니 윤 후보를 지지하는 것 같이 이야기를 해놨다. 그런 것 자체가 처음부터 불공정했던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은 지난 5일 정홍원 전 국무총리 사무실을 예방 차원에서 찾아가 대화했다고 캠프 차원에서 밝힌 것 이외의 접촉 정황이 뚜렷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양측의 만남은 서병수 의원이 토론회 일정 통보, 역선택 방지 조항 배제 결정 등 '경준위 월권 시비' 끝에 경준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선관위원장 임명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20일 기준으로는 보름 전이기도 하다.
이 무렵 정 전 총리는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고위공직자 출신인 윤 전 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범(汎)야권 대선주자로 부상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세사람 모두 검증을 마치지 않은 상태"라며 "검증 과정을 거쳐서 대한민국을 지키고 유지·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 대통령이 되기 위한 기초 소양과 리더십을 갖고 있거나 앞으로 가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지하려 한다"고 밝혔다. 유승민 캠프는 이를 '윤석열 지지발언'으로 풀이하는 주장을 거듭해왔다.
유 전 의원은 '일각에서는 선수가 심판으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는 취재진에 "선수가 룰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당연히 항의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정 선관위원장을 임명한 이 대표가 경선 룰에 관한 '전권'을 선관위에 부여하지 않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경선룰에 관한 최종 결정권은 최고위에 있다"면서도 "당헌·당규를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선관위가 전권을 가지고 (경선룰을 결정)하라는 것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이 말을 그렇게 했을 뿐"이라며 "당헌·당규상 (결정권은) 최고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