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아프간 테러 관련 대국민 연설 도중 고개 숙이는 바이든[EPA=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아프간 테러 관련 대국민 연설 도중 고개 숙이는 바이든[EPA=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를 불과 이틀 남겨 놓은 시점에서 현지 상황이 더 악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결국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31일로 예정된 미군 철수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테러로 인한 미군 사상자가 발생해 정치권에서 대통령 하야와 탄핵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카불 공항 인근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정보가 입수된 뒤 소집된 백악관 참모 회의에서는 미군 사망자에 대한 보고가 전해지면서 곳곳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고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저녁 백악관에서 테러에 대한 보복을 다짐하는 대국민 연설을 하면서 눈물을 글썽이고 목이 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장남 보를 일찍 떠나보낸 아픔이 있기 때문에 자식을 잃은 유가족, 특히 전사자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종종 드러내 왔다. 주머니에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전사한 미군 숫자가 적힌 카드까지 지니고 다닐 정도다. 이라크에 파병돼 1년간 복무하기도 했던 장남 보는 2015년 뇌암으로 숨졌다.

아프간에서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29일 단행된 미국의 보복 공습으로 어린이 등 민간인 9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충돌 격화로 인한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철군시한이 31일로 만료된 후 미처 대피하지 못한 채 탈레반의 보복 위협에 노출된 채 남겨진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지난 14일 이후 지금까지 미 시민권자 5500명을 포함해 약 11만4400명을 대피시켰지만 여전히 미국에 협력한 수천명의 아프간 조력자, 외교관, 인도주의적 단체가 아프간에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에서는 이번 사태를 초래한 데 대해 대통령 책임론이 불붙고 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대통령 하야, 탄핵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 충성파로 꼽히는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 탄핵을 요구했고, 매디슨 코손 하원의원은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대통령의 직무를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프 밴 드루 하원의원은 지난 27일 10여명의 동료의원과 함께 대통령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했으며, 올 초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 찬성표를 던졌던 공화당 톰 라이스 하원의원도 바이든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했다. 공화당은 특히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간 대처를 '군사적, 정치적 재앙'으로 묘사하면서 대표적인 실정 사례로 삼아 총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2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테러리스트들이 정권을 차지해 우리를 공격하는 것을 막게 하려고 아프간에 갔고 성공을 거뒀는데, 아프간 철수는 미 역사상 최악의 외교 정책으로 우리를 아프간에 처음 갔던 20년 전으로 다시 되돌려놨다"고 비판했다. 밋 롬니 상원의원도 CNN 인터뷰에서 아프간 미군 철수를 트럼프, 바이든 양 정부가 저지른 "끔찍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오전 미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열린 13명의 미군 테러 희생자 유해 송환식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고개를 숙여 조의를 표하다가 얼핏 손목 시계를 보는 듯한 장면이 포착됐는데, 일부 의원들은 또다시 놓칠세라 맹공을 퍼부었다. 공화당 출신인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이 장면이 담긴 영상을 트위터에 올리고 "충격적인 이 장면을 우리가 기억해야만 할 것"이라고 적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미국에서 델타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떨어진 흐름을 보였는데, 여기에 아프간 혼란까지 더해지면서 중간선거를 의식한 일부 경합주 민주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섰다고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29일(현지시간) 미군 유해 송환식에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 [AP=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미군 유해 송환식에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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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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