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외교부 법무부 '원팀' 돼 성공
한국이송 알리는 트윗에 '좋아요' 수만개
중국영공 아닌 우호국 영공 통과 선택
인류애 발현한 한국 국가위상 높아져

아프가니스탄 한국 협력자 390명을 국내로 안전하게 이송한 것은 작전명 '미라클'(기적)처럼 극적인 감명을 준다. 아이들이 갖고 있던 인형들은 불안한 상황에서 오랜 비행을 해야 하는 아이들의 안정을 위해 한국에서 준비해 갔다고 한다. 이런 사소하지만 중요한 배려에서부터 군용기의 안전한 영공통과를 위해 관련국과 협의하는 일 등 많은 미션들이 기어가 맞물리듯이 빈틈 없이 이뤄져 이송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다. 이들이 현지에 남겨졌더라면 생명을 잃을 수 있어 이번 '구출'작전은 의미가 각별하다.

특히 우리 정부가 이들을 난민(refugees)이 아닌 특별공로자(persons of special merit)로 대우하고 있는 점이 국제사회로부터 칭송을 받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한국 정부가 이들을 난민이 아닌 특별공로자로 규정한 것은 난민으로 규정할 때 야기할지 모르는 논란을 피해가기 위한 것이라고 하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임무를 도와준 아프간인들을 돕는 것은 우리의 도덕적 책무"라고 언급한 것에 주목해 보도했다. 가디언은 한국이 아시아에서 난민법(refugee act)을 가장 먼저 제정한 국가지만 난민신청수용율은 1.5%로 매우 낮다는 점도 밝혔다. 그런 만큼 한국정부가 이번 391명의 아프간 협력자들에게 취업과 장기체류 지위까지 부여하는 파격적인 대우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UPI 통신도 이번 이송작전은 한국이 외국 분쟁지역에서 대규모 인원을 소개하는 첫 번째 사례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이들의 국내 이송을 한국은 '도덕적 의무'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BBC 서울 특파원 로라 비커도 자신의 트위터에 이들이 난민이 아닌 '특별 공로자' 자격으로 입국한다는 점과 취업까지 가능한 F-2 비자를 발급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이 소식을 전하는 트윗은 수천 개의 리트윗과 수만 개의 '좋아요'가 붙었다.

이번 이송작전의 성공은 26일 오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공항 입구에서 대규모 테러가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더욱 도드라진다. 이들이 카불을 떠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테러단체 is(이슬람국가) 소행으로 추정되는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해 미군 13명을 포함해 수십 명이 사망했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자를 색출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군사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를 내렸다.

아프간 협력자들은 주아프간 한국대사관, 한국국제교류재단(KOICA) 아프간 사업,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 등에서 한국을 도왔던 조력자들과 그 가족들이다. 주로 IT전문가, 의사 ,간호사, 통역이라고 한다. 특히 이들은 가족단위로서 전체 인원의 절반 가량이 10세 이하의 어린아이고 5세 이하 어린이가 1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당초 탈레반에 의해 생명의 위협을 받는 이들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지난 15일 카불이 장악된 직후부터 긴급 이송작전을 세웠다. 처음엔 민항기를 투입할 계획이었으나 사태가 급변해 '미라클'(기적)이라는 작전 아래 공군 수송기 3대를 파견해 국내로 입국시키기로 했다. 외교부와 국방부, 법무부, 공군 등 각 정부부처는 맡은 바 직무를 신속하고 빈틈 없이 발휘해 이들을 성공적으로 국내로 데려올 수 있었다.

이번 미라클 작전에서 특히 신경 쓸 수밖에 없었던 점은 민항기가 아닌 군용기가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통과 예정 영공의 국가들에게 승인을 얻는 것이었다. 군용기 특성상 우방국이 아닌 중국 영공을 통과하는 것은 처음부터 고려사항이 아니었던 듯하다. 이들을 태운 항공기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11시간 이상 걸린 것은 직선항로인 중국 상공이 아닌 동남아로 우회했기 때문이다. 직선항로였다면 8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다.

동남아로 우회 운항하기 위해 각 영공통과 승인을 득하는 과정에서 각국들이 적극적 협조를 했다고 한다. 협력자들을 태운 군용기가 통과한 국가는 파키스탄-인도-말레이시아-캄보디아-베트남-필리핀-대만 등이다. 이들 국가는 인도적 목적에 동참한다는 대의 차원에서 기꺼이 영공을 개방했다. 아프간에서 조력자들이 카불공항으로 무사히 들어올 수 있도록 도운 미국, 이슬라마바드공항을 중간 기착지로 삼아 아프간 협력자들을 이송하도록 편의를 제공한 파키스탄 등 우방국과 우호국들의 도움이 컸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이번 미라클 작전은 세계에 대한민국이 책임을 다하며 인류애의 실천에 앞장선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존경할 만한 국격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많은 네티즌들이 국가의 자부심을 느낀다는 댓글을 남겼다. 물론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무슬림을 대하며 무조건적으로 테러를 연상하는 것은 과한 것이고 현명하지 못한 태도다.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가 공인한 선진국이다. 지난 7월 초 유엔 산하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만장일치로 변경했다. UNCTAD 사상 최초이며 유일하다. 이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 어엿한 선진국으로서,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서 위상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할 때가 됐다. 이번 성공적 이송작전을 두고 여당 정치인들은 높아진 국격을 느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높아진 국격과 달라진 대한민국의 모습을 확인하는 참 뿌듯한 날"이라며 "국가의 선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번 이송작전은 정권 차원에서 접근할 게 아니다. 정치적으로 아전인수하면 안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그릇이 어느새 그만큼 신장됐고 국민들의 자세도 그만큼 성숙해져 자연스럽게 드러난 모습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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