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객석과 함께 하는 문화마당 채식주의는 동물보호와 생태주의의 정신에서 비롯해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최근 채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이번 기사가 동물을 사랑하는 음악 애호가들의 마음을 상하게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양의 창자, 고래힘줄, 말꼬리 털, 소가죽, 코끼리 상아, 조개껍질… 모두 현악기 활에 쓰이는 재료들입니다. 시대악기 제작자들은 모두 자연의 소재를 사용해 악기를 만들었습니다. 활의 손잡이, 즉 프로그의 중앙은 자개로 장식되어 있고, 현은 전통 방식 그대로 양의 창자를 건조한 거트(gut) 현을 사용했습니다. 지금은 쇠와 합성소재로 대체된 프로그 부분은 예전에 고래의 힘줄로 감쌌었죠. 나무로 만들어지는 현악기 특성상, 인공 접착제는 부식과 소리의 변형을 불러올 수 있어 가죽의 끈끈한 성분을 이용해 만든 아교로 악기를 접합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현악기는 동물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집니다. 왜 이렇게 많은 요소가 동물에게서 비롯되는 걸까요? 현악기를 대신해 변명하자면, 과거 악기를 만들 재료가 제한적이었다는 것과, 현대에 들어서는 각 시대의 원형을 최대한 재현 및 보존하고자 과거에 쓰인 재료로 제작된 악기를 사용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동물을 재료로 악기를 만드는 것이 논쟁을 불러일으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1900년대 피아노는 부유함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고전과 낭만시대 피아노 건반은 나무로 만들어졌었지만, 희귀한 건반을 원했던 당대 풍조로 인해, 코끼리 상아로 만든 건반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로 인해 매해 1만7000마리의 코끼리가 무자비하게 밀렵당했습니다. 이후 무분별한 코끼리 살육을 막고자 1989년 코끼리 상아 거래를 금지하는 국제 조약(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을 맺게 됩니다. 이로 인해 현재 우리가 만나는 피아노의 흰 건반은 아크릴 페트와 인공상아, 흑 건반은 페놀 수지로 대체되었습니다.
피아노 건반의 사례처럼 악기의 원형도 보존하고 동물도 보호할 방법이 현악기에는 전혀 없는 걸까요? 활 제작사 중 하나인 코루스(Coruss)는 인공 소재로 활을 만들고 있습니다. 동물을 재료로 한 부품이 일절 없는 활을 제작하는 것이 특징이죠. 활 털은 말꼬리 털이 아닌 인공 합성 소재로 만들어졌고 가죽은 고무로 대체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나무를 사용하지 않고 활대를 탄소 섬유로 제작해 튼튼히 했습니다. 이로써 기존에 변형이 쉬웠던 활과 잘 끊어졌던 말꼬리 털은 보다 좋은 내구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온도와 습도에도 영향을 덜 받게 되었습니다. 코루스사는 연주자들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85%의 연주자가 인공 털로 만든 활을 더 선호한다고 밝혔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1989~)도 개인 SNS 계정에 코루스사의 활과 기존의 활을 비교하는 영상을 올리며 '비건을 위한 바이올린 활'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클래식 음악계도 여러 실험을 통해 동물보호를 실천할 수 있음을 증명해내고 있습니다. 동물들의 희생 없이 완벽히 옛 시대의 악기들을 재현하게 될 날도 곧 올 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