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카불 공항 대피 작전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미군이 철군 시한 종료를 앞두고 마지막 이틀간은 미군 병력과 장비 철수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군은 필요하다면 카불 공항에서 철군 시한인 31일까지 피란민 대피를 지속하겠지만, 마지막 이틀간은 미군과 장비 철수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하루 2만 명 안팎의 민간인 대피에 집중했던 미국이 31일 철군 시한에 맞춰 막판엔 병력 철수에 초점을 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커비 대변인은 미군 병력 철수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피란민들을 대피시키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최근 24시간 동안 미군과 연합군은 90대의 항공기를 동원해 1만9000여 명을 아프간 밖으로 이동시켰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이는 39분마다 피란민을 태운 항공기가 한 대씩 이륙한 것이라고 윌리엄 테일러 합참 소장이 설명했다. 7월 말부터 현재까지 모두 8만7900여 명이 카불 공항에서 대피한 상황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아프간에 남은 미국인을 1500명으로 추정하면서 미국 귀환 희망자에 대한 대피 의지를 재차 밝혔다.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프간에 있던 미국 시민권자가 6000 명이었고, 이 중 4500명이 대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은 1500명 중 500명의 시민권자와 최근 24시간 이내에 접촉해 탈출 통로인 아프간 수도 카불 공항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방법을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1000명의 시민권자에 대해서도 "다양한 소통 채널을 통해 하루에도 몇 번씩 공격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아프간을 떠났을 수 있고, 혹은 아프간 잔류를 결정할 수도 있다고 봤다.
블링컨 장관은 애초 대피 시한인 8월 31일을 지키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를 재확인한 뒤 아프간을 떠나길 희망하는 미국인과 미국에 조력한 현지인을 돕는데 마감 시한은 없다면서 31일 이후에도 대피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지부를 자칭하는 IS-K의 공격 가능성을 우려하며 "우리는 모든 예방 조처를 하지만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31일까지 대피 작업은 물론 미군 철수까지 완료해 버린다면 아프간 현지인을 비롯해 미처 탈출하지 못한 이들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게다가 블링컨 장관이 밝힌 미국 시민권자 6000 명은 대사관에 등록한 이들 기준이어서 실제로는 더 많을 수 있다.
카불 공항 대피 작전을 위해 급파됐던 미군도 철군을 시작했다. 폭스뉴스 기자는 미 관계자를 인용해 400명 이상의 미군이 이미 떠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카불 공항에는 5400명의 미군이 남아 있다. 또 현재 카불 공항에는 1만 명 이상이 대피를 위해 대기 중이다. 지금까지 대피한 미국인 수치를 수천 명 선이라며 정확한 수치 공개를 안 했던 미 국방부는 4400여 명의 미국인이 탈출한 상황이라고 이날 밝혔다. 다만 커비 대변인은 현재 얼마나 많은 미국인이 아직 카불에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아프간에 있던 미국인 수는 1만∼1만5000 명 선으로 미 언론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