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 급등과 패닉바잉을 잠재우기 위해 단순히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이들 물량의 공급 일정을 앞당기는 데 주력하고 있다. 비싼 가격에 기존 주택을 무리해서 사지 말고 더 좋은 새 아파트를 '찜'해 놓는 것으로 당장 집을 사고 싶은 욕구를 진정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5일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신규택지 등에서 조성되는 민간주택 등 10만1000호를 사전청약 방식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3기 신도시 등 신규 공공택지 민영주택과 2·4 대책을 통해 추진되는 새로운 유형의 주택 공급사업인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과 주거재생혁신지구사업에서 나오는 공공주택을 사전청약을 통해 원래보다 2∼3년 앞당겨 청약부터 받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신규 주택 공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신규택지를 지정해도,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등 2·4 대책 신사업을 벌여도 주택이 실제로 공급되는 것은 수년이 흐른 뒤다. 이 때문에 정부가 아무리 주택 공급량을 늘린다고 한들 시장에선 어차피 당장 집값을 잡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부는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잠재우기 위해 새로 공급하는 주택의 분양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기로 하고서 일반분양분의 최대 85%를 사전청약으로 모두 끌어모았다. 올해 하반기부터 오는 2024년 상반기까지 10만1000호의 주택이 조기 공급되며, 기존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주택 사전청약 물량까지 합하면 16만3000호의 주택이 당초 공급 시점보다 1∼3년 정도 앞당겨 공급된다.
16만3000호 중 13만3000호가 수도권에서 공급되는데, 최근 5년간 연평균 수도권 민간 아파트 일반분양분 11만3000호를 웃돈다. 특히 민영주택은 일반공급 비율이 42%로 공공주택(15%)보다 높고, 2·4 대책 사업 공공주택은 정부가 일반공급 비율을 50%까지 높여 놓는 데다 그중 30%는 추첨제로 뽑기로 해 일반공급을 노리고 있는 청약 대기자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2·4 대책 사업지에선 청년과 신혼부부의 관심이 높은 추첨제 물량은 전부 사전청약으로 나온다. 민영주택이다 보니 청약 참여자의 선호도가 높은 60㎡ 이상 중대형 평형이 기존 공공주택 사전청약보다 많이 공급될 수 있다. 작년 기준 민영주택의 60∼84㎡ 비중은 73%, 84㎡ 이상은 16.8%다. 공공분양의 경우 60~84㎡는 62.1%, 84㎡ 이상은 4.2%다.
사전청약이 가능한 수도권 신규택지는 인천 계양과 남양주 진접2,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는 물론 파주 운정3, 평택 고덕, 양주 회천 등 2기 신도시, 성남 금토·복정1 등 중소규모 택지 등이 총망라돼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사전청약은 LH 등이 지어서 공급하는 공공주택이었다. 어차피 공공기관이 공급하는 물량이니 일정을 서둘러 사전청약하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민간주택의 경우 민간 건설사에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 민간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성사되기 어려운 형태의 공급방식이다.
이에 정부는 앞으로 매각하는 토지는 사전청약하는 건설사에만 매각하고 이미 매각한 택지는 건설사가 적극 사전청약에 참여하도록 공공택지 우선권을 부여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사전청약은 건설사가 제시한 추정분양가를 토대로 진행된다.
민간 시행자는 건축설계안을 바탕으로 추정분양가를 산정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검증을 받는다. 이때 지자체가 참여하는 위원회가 구성된다. 정부는 주변 시세의 60∼80% 선에서 분양가가 책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노형욱(사진) 국토부 장관이 25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