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클라우드 기술지원단장
김은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클라우드 기술지원단장
김은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클라우드 기술지원단장
2016년 경주 지진, 명절 승차권 예매, 연말정산간소화나 홈택스 사이트의 공통점 중 하나는 정작 국민이 필요로 하는 시점에 서비스가 먹통됐다는 점이다. 경주지진 때는 국민안전처 홈페이지가 접속 폭주로 먹통이 됐고 긴급재난문자는 지진 발생 후 10분이 지나서야 날아와 원성을 샀다. 코로나19 백신 사전예약시스템도 지난달 50대 예약까지 4차례의 먹통 사태를 빚었다. IT강국이 맞느냐는 국민들의 질책이 이어졌다. 급기야 대통령 지시로 정부와 민간기업들이 협력해 문제해결에 나섰다.

지난달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민간기업 전문가들과 함께 시스템 관리 현장을 방문해 민간 클라우드로의 시스템 이전을 위한 현장진단을 추진했다. 진단 결과는 관계자 모두 너무나 바쁘고 분주한 상태로 상세한 설명을 듣거나 정확한 파악이 어려우며 남은 시간도 부족해 기존 시스템을 이전하기보다 신규 개발이 오히려 효과적이라는 것이었다.

지난달 26일 개발 결정이 내려졌고 이달 9일까지 20·30·40대 백신 사전예약 서비스 개시를 위한 숨 가쁜 14일의 일정이 시작됐다. 기존 예약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접속이 폭주하는 첫 접속 페이지와 예약 시스템 장애의 주원인이던 본인인증 절차를 민간 클라우드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네이버·카카오 등 간편인증 방식을 추가해 편리함과 폭주 대비 부하 분산을 꾀했다. 또한 예약 시스템의 병원 조회 등 부하를 감소시키고자 한 사람당 10분 내 한 번만 예약이 가능하도록 클라우드에서 중복 접속을 방지하기로 했다. 분석·설계, 다수 기업간 협의, 개발, 테스트로 전부 하기엔 턱없이 짧은 기간이었지만 가능하다고 믿은 것은 민간 기업들이 이미 보유한 역량 때문이었다. 이미 구축·운영 중인 인증 서비스들과 탄탄하고 안정적인 민간 클라우드가 존재했고 많은 경험을 보유한 전문 기업과 개발자들이 있었다.

과기정통부와 함께 클라우드에서 이번 예약시스템을 신규 개발했던 민간 전문가들은 모든 국민들이 10분 내에 예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내부 목표를 세웠다. 이달 9일부터 서비스를 개시한 사전예약 서비스는 10부제의 마지막 날까지도 매일매일 개선이 이뤄졌다. 첫날은 10분 내 예약이 가능했으며 마지막 예약이 시작된 18일의 대기시간은 최대 2~3분 이내였다. 여전히 우리는 IT 강국이며 민간 기업들은 경쟁력이 있었다. 어쩌면 문제는 공공의 부족한 민간 기업들에 대한 신뢰이고 공공이 직접 해결해야만 믿을 수 있다는 일종의 NIH(Not Invented Here·우리가 만든 게 아니다) 신드롬이었던 것이다.

대국민서비스는 말 그대로 정부 혹은 공공이 국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거나 백신 예약과 같은 공공의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갑자기 계란이력추적정보, 지진발생정보, 예방접종 이력정보가 필요해지고 국민들은 대국민 서비스에 폭주 접속하게 된다. 접속 폭주란 국민들의 필요와 절박함의 표현이며 이때 대국민 서비스 장애는 필요한 시기에 공공이 역할을 해주지 못한다는 뜻이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2010년쯤부터 공공에서 민간 클라우드를 적극 활용하는 소위 '퍼블릭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을 펼쳐왔다. 미국의 경우 국방부, 국가안보국(NSA), 중앙정보국(CIA) 등 국가안보와 보안 담당 부처들까지도 앞다퉈 민간 클라우드를 도입 중이다. 영국은 공공 시스템의 90% 이상에 민간 클라우드 이용을 허용·권장하고 있다. 이들 국가가 민간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이유는 민간의 탄탄한 기술력과 풍부한 시스템 자원, AI(인공지능)·빅데이터·엣지 등 다양한 상용 클라우드 부가 서비스들을 이용해 공공 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유엔무역개발회의는 우리나라를 개도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우리나라는 2015년 클라우드컴퓨팅법을 제정했고 미국 정부의 보안 체계를 벤치마킹해 민간 클라우드의 보안인증제도 시행하고 있다. 선진국으로서, IT 강국으로서 우리 공공부문도 처음부터 민간의 역량을 신뢰하고 NIH 신드롬을 극복해야 한다. 특히 대국민 서비스는 시작부터 검증된 민간 클라우드에서 개발하고 운영해 국민이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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