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박하자씨 아프리카 사랑
"물 한컵 제대로 못먹는 아이들 불쌍
깨끗한 물 먹이려고 돈 모으기 시작
여든 되면 '팔순 우물' 만들고 싶어"

후원 아동들의 사진을 든 박하자씨. <월드비전 제공>
후원 아동들의 사진을 든 박하자씨. <월드비전 제공>
"제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하면서 아이들에게 베풀다 가고 싶어요. 아이들을 잘 돌보는 거, 우리 어른들이 할 일이니까요."

경남 진주의 한 마을에 사는 박하자(77)씨는 아침 일찍 일어나 마당에서 키우는 닭들에게 모이를 주는 일로 시작된다. 마당과 닭장을 청소한 뒤에는 밭으로 나가 오전 내내 작물들을 돌본다.

점심식사 후에는 공공일자리 사업인 '노노케어'(노인이 다른 노인을 돌보는 보기) 일정에 매달린다. 거동이 불편한 동네 노인들을 찾아가 밀린 집안일이나 심부름을 하다 보면 어느덧 저녁이 된다.

이렇게 해서 30만∼50만원 정도의 돈이 생기면 모두 저금한다. 그에게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2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10년 전 우연히 TV에서 구정물을 먹고 병에 걸려 힘들어하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봤다"며 "우리는 물을 마음껏 먹고 쓰는데, 깨끗한 물 한 컵이 없어 힘들어한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마을에 우물이 생기면 아이들이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박씨는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3년 동안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을 참아가며 2013년 1000만원을 모아 월드비전을 통해 첫 기부를 했다. 그해 우간다 오모로 지역 한 작은 마을에는 박씨가 판 우물이 생겼다.

박씨는 그 후에도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기 위한 돈을 계속 모았다. 박씨의 기부 사연을 들은 가족과 지인들도 격려와 함께 그를 도왔다. 그로부터 8년이란 시간이 흐르자 잠비아와 방글라데시, 에티오피아에도 박씨가 판 우물이 생겼다.

"밥은 조금 굶을 수 있어도 물을 안 마시고는 못 살잖아요. 우물 하나로 많은 아이가 아프지 않고 학교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기뻐요."

박 씨는 "마을에 우물이 생기면 아이들이 병에 안 걸리고, 물을 뜨러 가는 시간도 아낄 수 있어 학교도 갈 수 있다"며 "내가 많이 배우지 못해 늘 한이었는데, 자라는 아이들은 꼭 학교에서 공부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허름한 집에 머물면서도 후원을 계속하는 박씨를 나무라는 이웃들도 없지 않았다. 해마다 밭일은 이전보다 더욱 고되게 느껴졌다. 그럴 때마다 박씨는 깨끗한 물을 마시며 밝게 웃는 외국 아이들의 사진을 보며 기운을 차린다고 한다.

박 씨는 "후원단체에서 아이들을 만나러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기도 했는데, 그 돈을 다른 우물 만드는 데 보태라고 거절했다"며 "나이가 들어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는데, 어려운 아이들은 아직도 많으니까 늘 마음이 급하다"고 말했다.

박씨의 선행은 올해 월드비전 후원 스토리 공모전에도 출품돼 우수상을 받았다. 월드비전 친선대사인 김혜자씨가 낭독한 박씨의 사연은 오디오북과 전자책으로도 제작됐다.

그는 앞으로의 바람에 대해 "우물을 하나라도 더 많이 만드는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여든이 되면 '팔순 잔치'를 하는 대신 '팔순 우물'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박하자씨의 후원을 받은 방글라데시의 아이들. <월드비전 제공>
박하자씨의 후원을 받은 방글라데시의 아이들. <월드비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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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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