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 비중 10년새 2배 증가 한국 평균연령 42.5세로 3.3세↑ 정규직 보호에… 투자·고용 위축 엄격한 규제정책 노동시장 경직 성장동력 약화 국가경쟁력 저하 세대간 양극화·청년빈곤 우려도
<한국경제연구원 제공>
한국 제조업이 최근 10년 간 미국보다 11배 더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 추세대로면 5년 뒤에는 한국 제조업 평균 연령대가 미국, 일본 등을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인구 고령화의 영향도 있지만, 엄격한 노동규제 정책으로 인한 고용시장 경직성 때문에 발생한 일자리 감소의 결과물로도 해석된다. 이 같은 상황은 제조 경쟁력 악화와 일자리 해외 유출을 더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2010년부터 작년까지 10년 간 '제조업 근로자의 고령화 추이'를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 제조업 근로자의 비중이 2010년 15.7%에서 2020년 30.1%로 14.4%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30대 비중은 35.1%에서 27.8%로 7.3%포인트 감소했다. 15세부터 29세까지 청년층 비중도 같은 기간 21.6%에서 15.2%로, 40대 비중은 27.7%에서 26.9%로 소폭 감소했다.
한경연 측은 "최근 10년간 50대 이상 제조업 고령인력 비중이 약 2배 증가한 데 비해, 미래의 성장 동력인 청·장년층 근로자 비중은 전부 줄어들어 제조업 인력의 노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한국의 제조업 근로자 평균 연령은 2011년 39.2세에서 2020년 42.5세로 3.3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이 44.1세에서 44.4세로 0.3세 오른 것과 비교하면 무려 11배나 가파른 상승세다. 일본의 경우 41.6세에서 42.8세로 1.2세 올라갔다.
한경연 측은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2026년부터 한국의 제조업 근로자 평균연령(44.9세)은 미국(44.6세)과 일본(43.6세) 모두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출산에 따른 고령화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청년(15~29세 경제활동인구) 실업률은 7.2%로, 10년 전(8.5%)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경연은 각종 기업 규제, 그 중에서도 엄격한 노동규제로 인해 기존 정규직이 과잉 보호되고 제조업의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는 등 청·장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워진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제조업 일자리는 2010~2015년 사이에는 59만7000명 늘었는데 비해, 2015~2020년 기간 동안에는 단 7만1000명 증가하는데 그쳐 최근 5년간 제조업 고용이 크게 위축되었음을 보여줬다.
이 같은 일자리 감소는 15~39세 젊은 근로자 감소로 이어졌다. 고용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15~29세 근로자 수는 2015년 54만4000명에서 2020년 47만6000명으로 9만명 이상 줄었다.
30~39세 근로자 수도 같은 기간 97만7000명에서 87만4000명으로 10만명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레이저연구소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도 순위는 162개국 가운데 145개국에 머물렸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경제성장의 중추적 역할을 해 온 제조업의 고령화는 성장동력 약화에 따른 산업 및 국가경쟁력 저하를 초래하고 세대 간 소득양극화 및 청년 빈곤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