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26일 운명의 결정 금리인상 여부 놓고 의견 팽팽 거리두기 영향 내수경기 부진 인상시기 한차례 더 늦출수도
한국은행 기준금리 변동 추이 (한국은행)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대출중단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놓으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조정으로 정책 공조에 나설지 주목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사인이 나오면서 현재 기준금리 조정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영향으로 내수경기 부진이 예상되는 만큼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한차례 더 늦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6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금통위는 이주열 한은 총재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 방침을 밝힌 이후 두 번째 회의다.
현재 미 연준의 테이퍼링 연내 시행을 강하게 시사하는 의사록이 공개된 상황이다. 시장은 달러 유동성 흐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금통위의 기준금리 조정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만약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지난해 5월 이후 첫 금리 변동이자 2018년 11월 이후 2년9개월여만에 첫인상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소비자물가 상승과 가계부채 관리를 생각하면 금리인상 가능성이 유력하다. 그렇지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금융취약층 타격 등을 고려하면 코로나19 대유행 진정 이후로 금리인상 시기를 조정할 수도 있다. 이번 금통위는 최근 이임한 고승범 전 금통위원을 제외한 채 이주열·임지원·조윤제·서영경·주상영·이승헌 6인체제로 진행된다는 점도 변수다. 지난달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낸 고 전 금통위원이 빠지면서 금통위원 간 금리인상 여부를 놓고 의견이 갈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은은 지난 5월 이후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강하게 보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간담회에서 "경기 회복세와 물가오름세 확대, 금융불균형 위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다음 회의부터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 조정이 적절한지 검토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금통위에서 일부 의원들도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가까운 시일 내에 일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히면서 이번달 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2%를 넘어선 물가 상승률과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에도 급증한 가계대출은 금리 인상에 힘을 싣는 요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61로 전년동월대비 2.6% 올랐다. 지난 4월 2020년 1월 이후 처음으로 2.3%를 기록한 데 이어 네달 연속 2%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말 가계대출 잔액은 1666조원으로 1년전보다 144조2000억원 늘었다. 사상 최대 수준이다.
그럼에도 위원 대부분은 코로나19 재확산 등에 따른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 위원은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고 보건위기 전개 양상을 지켜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세는 지난 금통위와 비교해 잦아들기는커녕 되레 커지고 있다. 일일 확진자 발생 규모는 지난달 7일부터 48일째 네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사상 처음으로 2000명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달말 기업경기실사지수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포함한 경제심리지수(ESI)는 103.9로 전월에 비해 5.4포인트 하락했다.다만 백신 접종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면서 실제 경기에 미치는 충격을 제한적일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델타변이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백신의 중증방지 효과가 상당부분 검증됐고, 경제주체의 비대면 소비 선택권이 다양해졌다는 이유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8월 금리인상론을 두고 전망이 엇갈린다. 물가 상승 압력과 풍부한 유동성에 기반한 가계부채가 인상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다.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상승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유동성 축소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다만 취약계층의 이자부담 가중 우려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책 당국의 거듭된 강조에도 가계부채 증가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8월 인상이 이뤄지면 통화당국은 추가 인상에 대한 여지를 남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인상이 미뤄진다면 백신 접종률이 정부 목표치에 다다른 10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어 이달 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접종률 추이를 고려해 10월 또는 11월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황두현기자 aus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