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현지시간) 탈레반 정권을 피해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을 떠난 민간인들이 미군 수송기 내부에 가득 들어차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 제공
지난 19일(현지시간) 탈레반 정권을 피해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을 떠난 민간인들이 미군 수송기 내부에 가득 들어차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 제공
미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피란민을 한국 내 미군기지에 임시 수용해달라고 한국 정부에 공식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 질의에 "아주 초보적 가능성을 초기 단계에 논의한 건 사실이지만, 심각하게 논의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전까지 정 장관은 미국과 협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날 처음으로 미국으로부터 요청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정 장관은 "현재는 미국과 협의가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아프간 난민을 수용하려면 반드시 한국 정부 허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외통위에서 정 장관은 미국이 당초 주한미군 기지를 수용소로 검토했지만, 아프간과 물리적 거리가 상당하다는 것을 고려해 아프간 인접국으로 임시 수용소를 마련하는 방안으로 선회했다고 밝혔다.

이날 외통위에서는 과거 한국 측과 협력했다는 이유로 탈레반 보복 위험에 처한 아프간인들을 한국으로 이송하는 문제도 논의됐다.

한편 탈레반의 대외 홍보창구인 문화위원회(Cultural Commission) 소속 간부 압둘 카하르 발키는 23일 연합뉴스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부터 아프간의 합법적인 대표 정부로 인정받기를 희망한다"며 한국과 경협의사를 밝혔다.

탈레반의 경협 입장이 전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발키는 지난 17일 무자히드 대변인의 첫 공식 기자회견 때 바로 옆에 동석하기도 했다.발키에 따르면 문화위원회는 다른 나라 정부의 공보문화부 역할을 한다. 발키는 자신의 입장이 과거 집권기(1996∼2001년) 국호인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The Islamic Emirate of Afghanistan)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발키는 "우리는 한국 지도자 및 경영인과 만나기를 원하며 경제적·인적 교류를 강화하기를 강력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사실 관계를 확인 중으로 아직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산업부 관계자는 "광물자원 분야 경제협력은 탐사·개발을 포함해 사업주기가 10~15년씩 소요되기 때문에 해당 기간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상대국의 정치적 안정이 중요하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 아프간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그런 리스크를 안고 당장 경제협력을 검토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미경·은진기자 the13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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