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사랑한 천재들
조성관 지음 / 열대림 펴냄
'빨래터', '나무와 두 여인' 등으로 잘 알려진 화가 박수근의 집은 창신동이었다. 그의 일터는 미군 PX 초상화부였다. 현재의 신세계백화점 명동 본점 자리다. 그는 창신동과 직장을 오가며 가족을 부양했다. 틈틈이 자신만의 그림을 그렸다. 간간이 그의 그림을 사준 사람은 주한 미국인들이었다. 창신동 시절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미술세계를 확립했다. 박수근은 1963년 전농동으로 이사하며 삶의 마지막 순간을 보낸다. 백내장으로 실명을 하면서 제대로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1966년 4월 청량리 위생병원에 입원했으나 치료가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한달 후 세상을 떠났다.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이자 가장 사랑받는 화가가 되었다. 오늘날 그의 작품은 한국 화가 중 가장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
책은 서울을 무대로 활동한 다섯명의 천재들을 통해 도시 서울을 들여다 본다. 시인 백석·윤동주, 화가 박수근, 경제인 이병철·정주영을 다룬다. 모두 1910년대생이고, 서울에서 태어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하지만 서울은 그들을 자극했고 그들은 서울을 키웠다. 오늘날 그들이 없는 서울이나 대한민국은 상상할 수 없다.
저자는 천재들이 살고 사랑한 곳들을 순례하며 그들의 삶과 예술세계, 업적을 되짚어본다. 백석이 기자로 일하던 시절 묵었던 종로구 통의동 하숙집과 길상사를 둘러본다. 길상사는 백석의 연인이었던 '자야' 김영한이 자신의 전 재산을 시주해 생긴 사찰이다. 윤동주의 서촌 누상동 하숙집. 연세대 교정과 윤동주기념관 등을 찾아본다. 박수근이 생계를 위해 일했던 곳, 창신동과 전농동 집터, 박수근미술관 등도 살펴보았다. 이병철의 생가와 호암미술관, 정주영의 청운동 집과 하남의 묘지, 그가 젊은 시절 공사장 인부로 일했던 고려대 본관을 방문해 그들의 삶을 돌아본다. 저자는 발품을 팔며 알게 된 정보, 그것에 대한 감상 등에 대해서도 풀어내면서 책을 단순한 전기가 아닌 문화예술기행서로 만들어 냈다. 책을 통해 독자들은 천재들의 드라마틱한 삶을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동시에 자유와 낭만을 간직하고 있는 서울의 얼굴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그동안 세계 주요 도시를 돌아보며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시리즈를 펴내고 있다. 이 책은 열 번째 책이자 시리즈 완결판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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