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중개수수료 인하 방침을 놓고 중개 업계가 둘로 갈라졌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정부가 집값 급등의 책임을 중개사에게 떠넘기려 한다며 대정부 투쟁을 예고한 반면 민간 중개업계는 더 수수료를 낮추고 '반값의 반값 수수료'를 실행하겠다며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22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이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협회는 "정부가 중개업 현실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발표한 중개보수 개편안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집값 폭등, 세금 폭탄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막무가내식 중개보수 인하를 통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정부의 꼼수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11만5000명 개업공인중개사와 전국 300만명 중개 가족은 정부가 중개 보수를 전면 재검토해 업계와 진정성 있는 협의를 다시 진행할 때까지 투쟁의 강도를 높여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부동산 중개 수수료율 상한을 매매는 6억원 이상부터, 임대차는 3억원 이상부터 인하하기로 지난 20일 발표했다. 9억원짜리 주택 매매 시 최고 중개 수수료는 81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낮아지고 6억원 전세 거래 최고 수수료는 480만원에서 절반 수준인 240만원으로 줄어든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그동안 정부가 일곱 차례에 걸쳐 업계의 의견을 형식적으로만 수렴했고 지난 18일 중개수수료 개편 토론회 후 이틀만에 확정안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절차적 정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아울러 중개사들 사이에서는 거래량이 가장 많은 가격 구간인 6억∼9억원 사이의 매매와 임대차의 중개 보수 상한 요율이 0.4%로 같아진 점도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도 나왔다.

반면 민간 업체들은 오프라인 중심의 부동산 중개를 온라인 중심으로 바꾸면 중개사의 비용 구조가 개선돼 수수료를 더 낮출 수 있다며 현재의 영업 방식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다윈중개'(법인명 다윈프로퍼티)는 '중개수수료 집 내놓을 때 0원, 집 구할 때 현행 요율의 절반'이라는 영업 방식을 유지하겠다고 21일 밝혔다. 2019년 5월 서울·경기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다원중개는 이달 9일부터 전국적인 서비스에 돌입했다. 현재 공인중개사 1000명이 다원중개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으며 이용자 수는 10만명이 넘는다.

온라인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저렴한 중개 수수료를 내세우는 '우대빵중개법인'도 현재의 영업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고 21일 밝혔다. 이 회사는 부동산 매도자와 매수자에게 모두 상한 요율의 절반을 적용해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작년 2월 중개사무소를 처음 개설하고, 같은 해 7월 중개법인을 설립했으며 현재 수도권에 22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와 중개업계간 중개수수료 인하를 둘러싼 기싸움에 누리꾼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무주택자 카페인 집값정상화시민행동의 한 회원은 "집값 폭등으로 높아진 중개수수료 부담을 수수료 하향 조정한다는 것은 무지한 발상"이라며 "집값을 전정권때 만큼 원상복귀시키면 수수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카페의 다른 회원은 "정부에서 부동산 허위 매물이나 사기 등을 예방할 수 있도록 거래시스템을 직접 운영하고 부동산 소유와 권리관계는 법무사나 각 시군구 담당 공무원이 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누리꾼들도 중개수수료 개편안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A씨는 "개선된 중개 수수료도 비싸다고 생각한다"며 "집값이 올라 중개수수료를 많이 받을 때는 아무 소리도 안 하다가 이제서야 밥그릇 뺏긴다고 투쟁하나. 정부의 개선안보다 중개수수료를 더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B씨는 "내 집 없어 서러운 사람들은 이사 한 번 가기도 무섭다"고 말했고, 누리꾼 C씨는 "공인 중개사 없애 버리고 부동산 중개앱을 국가에서 운영 관리해 수수료 없애는 것이 정답"이라고 제안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원들이 20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정부의 부동산 중개수수료 인하 방침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제공>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원들이 20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정부의 부동산 중개수수료 인하 방침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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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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