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조직폭력배인 유탁파의 전 행동대원 김씨는 지난해 6월 27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터뷰에서 1999년 10월 당시 조직 두목인 백모 씨로부터 범행 지시를 받았고, 동갑내기 손모 씨를 통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살인 교사 자백 취지의 주장이 방송을 타면서 경찰이 재수사에 들어갔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자신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것으로 알고 방송에서 이같이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에 머물고 있을 당시 한국에 돌아올 때 필요한 여비라도 마련해보자는 취지였다고 김씨는 경찰에 진술했다. 그는 사건 당시 유족이 수사선상에 오르기도 했던 만큼 자신의 자백을 통해 유족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지금이라도 피해자의 원혼을 달램으로써 유족 측으로부터 사례비라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제는 김씨의 생각과 달리 공소시효가 살아 있었다. 명확히 말하면 2015년 7월 31일 개정 형사소송법(태완이법)에 따라 살인사건 공소시효가 폐지됐는데, 경찰은 김씨가 여러 차례 도피 목적으로 해외를 오가면서 이 사건 공소시효 만료일이 태완이법 시행 후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태완이법은 법이 시행된 2015년 7월 31일을 기준으로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은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법 적용이 가능(부진정소급)하게 됐다.
경찰은 김씨가 인터뷰한 내용이 자백이 될 수 있다고 판단, 캄보디아에 있던 김씨를 국내로 송환해 지난 18일 제주로 압송했다. 또한 이튿날인 19일에는 김씨에 대해 살인 교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김씨가 방송에서 밝힌 자백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밝혀야할 사안이 수두룩하다. 그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왜 당시 이 변호사를 살해하라는 지시가 있었는지, 경찰이 추정하는 대로 김씨가 실제 살인을 저지른 것인지 하나하나 풀어가야 한다.
특히 김씨가 자신은 교사범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그가 흉기 모양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등 사건에 대한 진술을 상세히 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그가 실제 살인을 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려면 김씨에게 범행 지시를 했다는 당시 두목 백씨, 실제 범행을 저질렀다는 손씨를 조사해봐야겠지만 두 사람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가 경찰 조사에서 감춰왔던 진실을 말할 것인지, 이번 수사를 통해 22년 전 사건의 실체가 드디어 선명하게 드러날지 주목된다.
이 사건은 피해자 이모(당시 45) 변호사가 1999년 11월 5일 새벽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북쪽 삼거리에 세워진 쏘나타 승용차 운전석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되면서 드러났다.
당시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려 수사에 나섰으나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한 채 1년여 만에 수사본부는 해체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사건 공소시효 만료 8개월 이전인 2014년 3월 해외로 도피했기 때문에 그 시점부터 공소시효가 중단됐고, 살인범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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