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달곤 간사(오른쪽)와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의결을 앞둔 전체회의에서 도종환 위원장의 회의 진행를 막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9일 언론중재법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행 처리했다. '언론 재갈법'이라는 야당과 언론계, 법조계,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에도 날치기 법안 처리를 감행한 것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날 첨예한 이견 차를 보이는 이 법안에 대해 최장 90일간 숙의하는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며 저지를 시도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안건조정위는 정치적 견해 차가 큰 법안에 대해 여야 동수(각 3명)로 위원회를 구성한 뒤 최대 90일간 법안을 심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전날 야당 몫 안건조정위원에 범여권 인사인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을 배정해 안건조정위를 무력화시켰다. 여야 동수로 구성키로 한 안건조정위 위원에 범여권 인사를 집어넣으면서 제도를 무력화시킨 것이다.
'독소 조항' 있는 언론중재법 법안 처리에 야당, 언론단체, 법조계 등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이다.
개정안 30조 2항에는 '법원은 언론 등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허위 조작 보도에 따라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또는 그밖의 정신적 고통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당초 여야는 최대 3배 수준으로 논의했지만, 여당 강성 친문파 압박에 최대 5배 결정됐다.
학계는 기존 명예훼손죄 등 현행법으로 충분히 규제 가능한데도, 이중 처벌에 해당해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또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같은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한 나라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허위 조작보도의 개념을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언론, 인터넷뉴스서비스,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을 통해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는데, 보도의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기 어려운 데다 보도를 매개하는 행위까지 포함하고 있어 자기 책임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국민공청회 등의 심도 깊은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한 달 만에 빠르게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것도 도마에 올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법안이 각계각층의 반발이 심한데도 민주당이 강행 처리를 결정한 것을 두고,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언론에 불리한 기사를 줄이는 동시 민주당 내부 지지자들을 결집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은 물론 언론계, 학계, 법조계, 해외언론단체 언론노조까지 연일 부당성과 반민주성을 지적하고 있는데, 민주당과 청와대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며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를 위해 자신들이 제안했던 영수회담 연기까지 요청했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충분한 논의 없이 여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려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몇몇 독소 조항들은 결과적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해 종국에는 민주주의 근본을 위협하는 '교각살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민주당의 수정안은 반대 의견의 핵심 주장을 비켜가고 있어, 법안 강행 처리를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성재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은 "언론은 헌법에 보장된 권한이기 때문에 정치 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지금처럼 정치가 언론보도에 끼어들게 된다면 언론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기사는 작은 정보의 조각들을 모아서 진실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일부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징벌적 배상으로 때리면 언론으로서의 제대로 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재호 회장은 "언론이 무너지면 민주주의도 우리 사회 공동체 유지도 어려워진다. 언론은 기자들의 모임이 아니고 우리사회의 시스템의 일부분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은폐된 사실들을 끄집어내고 비판하는 보도들을 매우 무디게 만들 것"이라며 "오보 등에 대해 하나하나 법률로 규정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다. 언론 자체를 '가짜 뉴스' 진원지라는 프레임을 걸기 시작하면 민주국가에서 '언론'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권준영기자 kjykjy@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