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를 보라

아카마 기후 지음·서호철 옮김 / 아모르문디 펴냄


저자의 캐릭터가 독특하다. 저자는 일본의 대륙 침략을 측면에서 지원한 우익 행동단체 고쿠료카이(黑龍會) 회원으로 1910년대 초 조선으로 건너왔다. 주간지 '경성신문'을 비롯한 여러 신문사에서 사회부 기자생활을 했다. 만주에선 일본어 신문 지국을 경영하면서 마적들과 접촉해 관련 책도 냈다. 일본의 몽골 침략을 예상하며 몽골 탐험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 뒤론 그의 행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가 남긴 이 책은 충분히 읽어볼 만하다. 조선총독부의 조사보고서, 통계자료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하층사회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식민지 경성에 사는 하층민들의 실제 삶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과 사람들 속으로 직접 들어가 취재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1920년대 작성된, 아마도 유일한 르포르타주다. 책은 1924년 출간됐고 한참동안 묻혀 있다가 역자인 서호철 교수가 지난 2007년 국립중앙도서관에서 1945년 이전 자료를 해제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발견했다. 부제 '변장 탐방기'가 눈길을 끌었다고 한다. 1920년대 경성의 뒷골목 풍경은 서 교수의 번역으로 90여년의 시간이 지난 후 비로소 우리 앞에 펼쳐졌다.

저자는 1923∼1924년 겨울철 경성의 빈민가로 독자들을 데려간다. 1부는 '변장 탐방'을 통한 잠입 취재기다. 자신이 청소부, 넝마주이가 되어 그들의 삶을 묘사한다. 영등포교도소의 일본인 출소자를 따라다니며 그의 이야기도 듣는다. 2부는 '방문 취재'를 통해 토막민, 거지, 신기료 장수, 도축인부, 기생 등 조선인 빈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3부는 노점, 행상, 호객꾼 등으로 일하는 재조선 하층 일본인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4부는 각종 성(性)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다루고 있다. 망나니 남편이 아내를 담보로 맡기는 바람에 유흥가로 팔려온 조선 여성 등 한·일 여성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애처롭다.

식민지 경성의 어두운 면을 파헤친 이 책은 한숨과 땀, 피 냄새가 배어있는 기록이다. 당시 도시 빈민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삶을 연명했는지를 세밀하고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밑바닥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자신의 감상을 덧붙이기도 하고 나름의 원인 분석과 대안도 제시한다. 100년 전 소외계층의 아픔과 시대적 모순이 가슴에 와닿는 책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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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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