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때문에 4년 내내 스트레스 받은거 생각하면 진짜 화가 나고 우울감 장난 아니네요. 국가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이라도 하고픈 심정입니다. 국정농단 때보다 비교 불가할 정도로 분노가 치밀어 오르네요"(누리꾼 A씨)

문재인 정부 들어 급등한 집값에 불만을 터뜨리는 글들이 친문 성향의 맘 카페에서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누리꾼 B씨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의겸 열린민주당 비례대표가 한 행동을 보면 정부가 애초에 집값 잡을 생각이 없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정부가 집값 잡겠다, 투기는 용납하지 않겠다 부동산만은 자신 있다. 큰소리치는 와중에 두 사람은 무주택자로 기다리지 않고 갭투자로 집을 샀어요"라며 "그건 정부가 애초에 집값 잡을 생각이 없었거나 집값 잡을 능력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겠죠"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낙연이 갭투자 안 하고 무주택자로 남아서 집값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무주택자 지지를 많이 받았을 텐데 소탐대실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누리꾼 C씨는 '이명박식(式) 반값 아파트 하반기 공급…10년간 전매제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소개하며 "이명박 정부가 이렇게 집값을 안정시켰다"며 옹호하기도 했다.

정부가 시장이 질릴 정도의 물량 폭탄, 강력한 대출 억제, 집값 고점 경고까지 세 가지 카드를 모두 꺼내 들었으나 시장은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사실상 꺼낼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인데, 시장이 통제 불능 상태로 달아올라 있어 기준금리를 올려봤자 집값을 잡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7월 전국 주택가격은 작년 12월 말보다 5.98%, 1년 전과 비교해서는 8.81% 올랐다. 작년 같은 기간에 각각 2.61%와 3.29%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뛴 수치이자 2008년 같은 기간 각각 6.18%와 8.59% 치솟은 이후 13년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수도권 전체 주택 가격은 이 기간 각각 7.63%와 10.24% 올랐으며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같은 기간 11.12%와 14.73% 각각 상승했다. 올해 7월 한 달만 놓고 봐도 주택 시장은 과열 상태다. 전국 주택가격은 0.85% 올라 10년 내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던 작년 12월(0.90%)이나 올해 2월(0.89%) 수준에 육박했다. 서울은 0.60% 올라 작년 7월 0.71% 상승 이후 1년 만에 가장 상승세가 가팔랐다.

경기도 주택 가격 상승세는 역대급이다. 경기도 주택가격은 올해 7월에만 1.52% 뛰어 2008년 4월 1.59% 상승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인천은 전월(1.46%)보다 상승 폭이 낮은 1.33%였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나 빚투(빚을 내 투자) 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1∼6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 건수는 55만9323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의 62만878가구보다 약 10% 줄었지만, 2019년 같은 기간 31만4108가구와 비교하면 78% 급증했다.

올해 6월의 연령대별 주택 거래 비중은 30대 20%, 40대 22.8%, 50대 20.7%, 60대 14.6%로 작년 6월과 유사한 흐름을 보인 가운데 20대 이하 거래 비중이 올해 6월이 5.9%로 작년 동월의 4.3%보다 크게 높아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가계대출은 급격히 증가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78조8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45조9000억원보다 32조9000억원(71.6%) 늘었다. 코로나 19전이었던 2019년 1∼7월 증가 폭 23조7000억원의 3.3배에 달한다. 7월의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9조7000억원 늘어 동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액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강력한 돈줄 조이기에 나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5∼6% 선에서 관리하겠다고 마지노선을 제시했지만 이미 1∼7월 증가율은 9% 안팎이다. 공급에도 막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말께 우선 2·4 대책에서 제시했던 13만1000호를 공급할 수 있는 신규택지 입지를 공개할 예정이다. 새로 발표될 신규택지에서 공급되는 주택은 13만1000호이며 이중 수도권은 11만호에 달한다. 국토부는 아울러 작년 8·4 대책에서 제시했던 대표적인 수도권 신규택지 조성계획인 서울 노원구 태릉 골프장과 정부 과천청사 부지 주택 공급 계획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외에 신규택지 사전청약 대상지도 추가로 확보해 공개할 예정이다. 3기 신도시 등 새로 조성하는 신규택지에서 내년까지 6만2000호의 물량을 사전청약으로 공급하기로 했으나 공공택지 민영주택이나 공공재개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등 2·4 대책 도심 개발사업지에서도 사전청약 물량을 더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리 인상이 집값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한두 차례 금리 인상으로는 시장의 흐름을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리 인상으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임계점을 지나야 주택 가격이 안정될텐데, 지금 당장 금리를 올린다 해도 여전히 코로나19 전보다는 낮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한 시민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아파트 밀집 지역을 내려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 시민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아파트 밀집 지역을 내려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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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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