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콘텐츠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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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기싸움이 국민의힘을 두동강 낼 지경이다. 우려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지, 초대형 태풍이 될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불과 4개월 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 시민들은 압도적인 표차로 오세훈, 박형준 시장을 밀어줬다. 그건 국민의힘이 미덥거나 예뻐서가 아니었다. "국민의힘도 싫지만, 문재인 정권의 독재정치가 더 싫어서"란 이유가 컸다.

혈기왕성한 이준석이 제1야당 대표가 된 것도 '신의 한 수'였다. 거기엔 정권 교체를 간절하게 바라는 일반 국민의 여망도 없지 않았다.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같은 거물들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건 더불어민주당에겐 뼈아픈 일격이었다. 여기까진 분위기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일반 국민은 그 기세를 잘 이끌어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뤄낼 것이란 기대를 품었던 게 사실이다. 덕분에 국민의힘 지지율도 상승세를 탔다.

그런데 이제 겨우 여론이 보수 진영 쪽으로 돌아선 마당에 특유의 분열주의적, 권위주의적 행태가 터져나온 건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다. '말 많은' 이 대표의 입이 부른 화근이다. 이 대표가 원희룡 전 제주지사에게 "윤 전 총장은 곧 정리된다"고 했다고 한다.

또 "토론회 두 번이면 윤석열 낙마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윤석열 캠프 인사가 의도적이든 아니든 탄핵이라는 말을 꺼낸 이후 벌어진 일들이다. "이 대표가 윤석열과의 통화를 녹음해 유출시켰다", "통화자동녹음은 됐지만 녹취록 유출은 하지 않았다"는 공방이 오간다.

이런 제1야당 내 잡음에 국민도 등을 돌렸다. 리얼미터가 1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주 연속 상승세였던 국민의힘 지지도가 전주보다 0.5%포인트 줄어들었다. 특히 핵심 지지 기반인 보수층에서 3.1%포인트나 떨어진 건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지도부 패싱 논란', '통화녹취 유출' 등 '이·윤 갈등' 상황이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게 분명하다.

'이준석 리더십'도 깊은 내상을 입었다. 젊은 정치가에게 걸었던 혁신과 공정, 정의의 이미지도 퇴색한 채 실망감만 더해준다. 이런 이 대표에게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이 페이스북에 비판적 글을 남겼다. "부패하고 부도덕하거나 노회한 사람들을 가까이 하면서 젊은 리더십의 참신성도 훼손됐다. 기대는 어느 순간 리스크로 변하고 있다." 혁신을 내팽개친 이 대표가 얕은 정치적 계산이나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전 국회의원 전여옥 씨도 "내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이준석이 2030의 지지를 배신했다는 것"이라며 분노했다.

야권의 진흙탕 싸움을 보며, 속으로 누가 좋아할지는 안봐도 뻔하다. 윤석열은 민주당이 키웠다.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주도하다가 문 정권에 억압받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에 대해 '윤석열 X파일'이니 '쥴리 벽화' 등 저열한 흑색 선전과 정치공작을 멈추지 않는 이유가 뭐겠는가. 최근 준비 안된 특수통 검사출신으로서의 '윤석열 한계론'을 설파하며, 유승민·홍준표·원희룡 등 관록과 경험이 많은 후보들이 더 낫다는 논리를 열심히 퍼뜨리는 중이다. 그만큼 현재 대선 유력주자 중 1위인 윤석열이 민주당에겐 감당하기 버거운 존재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던 문 정권은 집권 기간 내내 불공정하고 부패한 진보의 실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LH 공직자 투기 사태, 윤미향 기부금 유용 의혹, '조국 사태' 등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다. 집값 폭등 원인을 투기꾼 탓으로 돌리며 '전·월세 상한제'를 밀어붙였지만, 정작 정책을 강행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입법 직전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대폭 올려받은 행태는 문 정권의 '내로남불'의 극치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보궐선거라는 '작은 승리'에 취해 자멸의 길을 걷는 야당의 분열이 국민을 화나게 한다. 내년 대선에서 거대 여당의 독선을 심판하겠다는 희망이 물건너 갈 판이다. 장기집권을 노리는 문 정권은 비판적 언론에 재갈을 씌우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할 태세다. 정녕 '문 정권 시즌2'로 가고자 하는가.

박양수콘텐츠에디터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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