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이너보틀' 실리콘 파우치 형태 내용기 안에 화장품 채워져 바깥쪽 용기 내용물 전혀 묻지 않아 재활용 가능 LG화학과 용기 재활용 시스템 '에코 플랫폼' 구축 세계 최대 전자전 CES 내년 혁신상 후보로 지목 세척한 용기에 제품 리필 '온라인 리필샵' 추진도
이너보틀이 지난달 론칭한 자체 화장품 브랜드 '엘또브레니' 세럼 제품 사진. <이너보틀 제공>
[디지털타임스 김위수 기자]"화장품을 끝까지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스타트업 이너보틀의 시작은 일상 속 작은 불편함이었다. 로션, 크림과 같은 화장품을 남김없이 쓰기란 쉽지 않다. 내용물이 나오지 않아도 막상 용기 안을 들여다보면 상당한 양의 제품이 남아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하다보니 많은 사람들은 내용물이 조금 남아있어도 화장품을 버리기로 결정한다.
이너보틀은 기존 화장품 용기가 가진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8년 설립됐다. 현재 이 스타트업의 가치는 단지 화장품 용기에만 있지 않다. 용기를 개발하고 관련 사업을 고안하는 과정에서 기존 화장품 용기가 유발하는 환경 문제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기존 화장품 용기는 사용하기 불편하고 자원 낭비를 유발한다는 점 외에 환경적으로도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완전히 다 쓰지 못해 남아있는 내용물은 화장품 용기 재활용을 어렵게 한다. 실제 잔여물 문제로 사용 후 재활용되는 화장품 용기는 세계적으로 약 4%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는 재활용이 거의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너보틀은 내용물을 다 사용할 수 있고 재활용이 가능한 화장품 용기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너보틀은 다 쓴 화장품 용기가 실질적인 재활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생태계까지 구상했다.
◇실리콘 풍선 활용해 100% 재활용…플랫폼 구축도 나서= 이너보틀의 용기솔루션의 핵심은 내용기(innerbottle)다. 실리콘 파우치 형태의 내용기안에 내용물이 채워지기 때문에 외용기의 재질에 구애받지 않는다. 심지어 종이도 가능하다. 이 화장품 용기를 사용하면 100㎖ 용기 기준 내용물 잔량을 1% 미만으로 남길 수 있다. 화장품을 끝까지 다 쓰는 것은 물론, 바깥쪽의 용기에는 내용물이 전혀 묻지 않아 얼마든지 재활용이 가능하다.
이너보틀은 다 쓴 화장품 용기를 재활용할 수 있는 '에코 플랫폼'을 LG화학과 구축했다. LG화학이 제공한 소재로 이너보틀의 용기솔루션을 사용해 화장품 브랜드사에서는 화장품을 만든다. 사용이 끝난 용기를 수거해 다시 원료화해 LG화학에서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만들고 이는 다시 화장품 제조사로 환원된다. 재활용 가능한 용기가 실제 재활용되기 위해서는 시스템화가 필요하다고 판단, 순환 생태계를 구상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시장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며 이너보틀이 창출하는 친환경 가치를 알아보는 기관 및 기업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로 해외 시장 개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난해 이너보틀은 영국 화장품 회사와 25억원 규모의 첫 수출 계약을 맺었고, 이달 초 제품 출하에 성공했다.
국내 최대 창업오디션 프로그램인 'K-스타트업'에서 우승하며 글로벌 화장품 기업으로부터 다양한 업무제의가 들어오고 있다. 금융기관, 벤처캐피탈에 이어 LG화학으로부터 2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다른 대기업과도 투자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너보틀의 친환경 화장품 용기와 이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플랫폼은 세계 최대 전자·가전 전시회로 꼽히는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의 내년 혁신상 후보로 지목되기도 했다.
◇자체 화장품 브랜드 출시…온라인 리필샵도 준비=이너보틀은 지난달 회사가 개발한 용기를 적용한 자체 화장품 브랜드 '엘또브레니(elttobrenni)'를 론칭했다. 엘또브레니는 이너보틀의 영어사명 'innerbottle'을 거꾸로 뒤집은 이름이다.
이너보틀의 화장품 용기로 제작된 제품들을 판매한 수익금은 전액 환경 다큐멘터리 제작에 활용된다. 이너보틀 측은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재활용되지 못하고 소각되는 비율이 높은 플라스틱의 생애(순환 과정)를 통해 현실적인 문제를 짚어보며 환경인식의 개선과 방법적인 부분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너보틀은 온라인 리필샵 오픈도 준비 중이다. 이너보틀의 화장품 용기를 활용하는 제품의 경우 내용기만 교체하면 바로 리필제품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착안한 사업모델이다. 소비자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다 쓴 화장품 용기 회수를 신청하면 업체에서 용기를 수거해가고, 세척 과정을 거친 용기에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리필해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같은 서비스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화장품 업체를 포함한 다양한 플레이어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이너보틀은 연내 관련 인프라 구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너보틀 측은 "점차 참여자가 확대되고 있고, 앱 개발이 곧 시작될 예정"이라며 "가급적 빠른 시간내에 베타서비스를 실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김위수기자 withsuu@dt.co.kr
이너보틀이 LG화학 등과 구축한 플라스틱 자원 선순환을 위한 에코 플랫폼. <이너보틀 제공>